찢어진 청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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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청바지/
반드시 육사를 나와야만 대통령이 되던 시절엔
세상이 군인처럼 군기가 들어있었지만
가난은 자유로워서 두꺼운 청바지도 뚫고 돌아다녔다
그 시절 나는 미싱으로 박음질된 청바지의 ㄱ자나
두툼한 ㅁ자로 국어 숙제를 멈씰나게 복습했고
오디나 감자밥을 수시로 먹으며
시대에 앞서 빈티지하게 깡마른 몸을 유지했다
찔레순이나 감 말랭이를 매련없이 먹어서인지
명절에나 육고기 맛을 보며 축생을 보호해서인지
지금은 늙어서 말술을 먹어도 거뜬하다
세월은 집 앞 개울물처럼 자꾸 흘러
남쪽이든 북쪽이든 임금의 자식이 다시 정권을 잡은
안온한 공화국에서 그래도 빈티는 여전한지
송아지만 한 아들놈이 쭉쭉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여친을 만난다며 아열대 기후 속으로 뛰어간다
정신일도 하사불성이라고 써놓기만 하고
한 번도 써먹지 못한 불온한 사철나무 몽둥이로
손바닥을 탁탁 쳐보다가
가난도 시대를 잘 만나면 멋있구나 끄덕끄덕
아트월 타일 위에 장식용으로 올려놓는다
*멈씰나게: 몸서리치게(강원도 방언)
댓글목록
테오반고흐님의 댓글

선생님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이경호님의 댓글의 댓글

휴일이라고 일찌감치 취해서 초저녁에 로그아웃됐습니다.ㅋㅋ
선생아니고 생선이라고 불러주세요^^
노정혜님의 댓글

요즘 찢어진 청바지 엄청 비사요
보통 사람 못 입어요
시대 감각 잘 모르시바
향 시에 머물다가 갑니다
이경호님의 댓글의 댓글

찢청이 묘하게 끌리는 매력이 있습니다.
빈티든 빈티지든.....
노정혜님도 향필,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