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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원하는 신발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광나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725회 작성일 16-05-26 13:17

본문

애원하는 신발/광나루

 

신발가게에 가면 크고 작은 신발들이

색색이 여러 모양을 하고 진열대를 지키고 있다

주인을 찾는 몸짓이 날렵하고 단정하다

가슴을 열고 품위를 보이면서 안아줄 발을 찾고 있다

 

성실하고 착한 주인을 만나면 다행이지만

어쩌다 주인을 잘못 만나면

살을 깎아 다독이고

보살폈던 날들은 허무함에 몸부림친다

 

거리에는 자신의 발에 맞지 않은

신발을 신은 발들이 수없이 지나간다

권력을 쫓는 발

명예에 탐닉하는 발

돈에 맛들인 발들

가슴 속에 바람주머니 달고 부풀리면서

한 손에 채찍을 들고 휘두르면서 터덕거리며 간다

 

자신을 낳아 길러 준 부모조차도 몰라보는

아직 어린아이인데

연약한 여자 인데

나이 많은 노인네 인데

그리도 믿었던 사람이었는데

흉포한 짓을 하고도 뉘우치지 않는 발

 

내 길이려니 하고 믿었던 길이

나를 믿지 않음에 서러워

거기 있으면서도

떠나야할 날만을 고대하는 발

 

날마다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절룩거리는 발을 보며

신발은 애원한다

 

모든 길은 나와 그리고 너

함께 가는 길이기에

함께 걸어야 한다고

서로를 보면서 꼭 맞는 신발을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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