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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한 번 크게 웃는 날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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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광나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25회 작성일 16-05-27 12:55

본문

웃음 한 번 크게 웃는 날 왔으면/광나루

 

어디를 가는 것일까

그림자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저마다 주인이 있어

눈은 보이지 않아도 형상은 가지가지

뱃속에서 먹구름이 춤을 추고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부어 오른 장기들이 아우성을 치지만

모르는 체 걷기만 한 그림자도

제법 폼을 내며 활개를 친다

겉만 번지르르 하면 인정해주는 이가 더러는 있어

자신이 한 일이 땅 속으로 들어가는지

하늘로 날아가는지 생각은 없고

다만 떡만 움켜쥐려고 떡집을 향해 걷는 발길인가

꽃송이 가득하여 향기 그윽한 뱃속이라면 모르지만

병난 뱃속에 그래도 또 떡을 먹으려고

큰 거 먹으려고

더 맛있는 거 찾으려고

앞 다투어 걷는 속빈 그림자들

좀 쉬어 갈 듯한데

지칠 때도 된 듯한데

어제부터 걷더니만 지금도 걷고 있다

겉만 보고 알 수 없어

가난한 노인네 수레 걷어차도

그것이 운동하는 모습이려나

어린아이 밥그릇 가지고

이리 던지고 저리 던지더니

숫자 모자라면 뱃속 병 고치면 될 텐데

탁구공 놀이도 아니고

코끼리 발도 움직이는 것은 보면서 걷는데

떡이 아무리 좋아도

허리 굽히기 운동은 그만 하고

발끝에 매달린 내 그림자 보면서

활짝 웃고 춤추는 그림자 만들어

길가 가로수에 달라붙은 매미들

시원한 웃음 한 번 크게 웃는 날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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