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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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植民 / 테우리
애당초, 지구의 목록엔 울타리가 없었다
단지, 색인으로 시커먼 땅덩어리 하나
그 여백으로 푸른 바다가 비쳤을 뿐,
굳이, 그 시원始原이라면 하늘을 두른 한울이겠지만, 거기엔
어디에도 경계가 없었다
문득, 천지가 요동치던
날, 땅이 갈라지고 물이 갈라지던 그
날, 그날에 비로소 금이 그어졌다
어긋어긋 이 땅과 저 땅으로
눈에 밟히던 산천초목들
그 기슭으로 붙들린 채
강 건너 바다 건너
미궁으로 빠지던,
구미를 당기는 것, 내 떡 보다 네 떡이 더 땡겼다
못내 아쉬워 훔쳤고 꿀꺽 통째 삼키기도 했다
다시는 수중手中을 못 뜨도록 이를 갈았다
피를 불러 선을 긋고 담을 쌓았다
날개를 다듬고 깃털을 솎았다
다리는 뿌리로 파묻고
그만 떠나고 싶어도 끝내 여의치 못한
부실하면 가차 없이 잘리는
종속從屬의 변이들
빽빽이 갇힌 울타리 안, 그
경곗속 삶들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이 졸글도 가지치기나 해볼까해서 예전 것 옮겨왔는데
웬걸 뿌리만 더 키워버렸네요
최정신님의 댓글

5연 10행의 글 속에 우주가 다 들어 있습니다
이젠 인종의 경계도 나라의 경계도 종족의 변이로 인해
무분별로 가는 것은 아닐지요?
지하철을 타 보면 낯설지 않은 이방인들이 제법 많습니다
시사하는 의미가 선명한 글...잘 감상했습니다
제주 여름바람은 상쾌하겠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이제 그 경계들을 다 무너뜨려야할 때인 듯 싶습니다
남북의 경계가 빨리 무너져야 통합이라는 울타리가 생길 지 모르지만
그 후에도 다시 어떤 형태로든 새로운 경계가 생기겟지요
그 가운데 또는 주변엔 항상 우리가 있고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두무지님의 댓글

<식민>이라는 단어가 좀 불공정을 의미한 것 같네요.
예리한 통찰력 공감하며 배우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불공정한 단어지요
지배와 대칭인
그 경계에서 벗어나는 날
진정한 해방이겟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