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생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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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생강/
김치를 먹다가 생강을 씹었다
문득 입안에 알싸하게 도는 생각
몇 해 전 이웃들과 함께
겨울보다 먼저 김치를 담그곤
눈 흘기는 아내들 뒤에서 힘들어 죽겠다는 시늉으로
서걱거리는 겉절이를 막걸리로 숨죽이다가
취해서 환하게 웃곤 했는데
각자 집으로 가고 거울을 보니
이빨에 고춧가루가 시뻘겠다
지금은 집값이 많이 올랐으면 하는 곳으로 이사하곤
통 만나지를 못한다
그들도 휴일이면 아는 사람이 자꾸 죽나 본데
언제 한번 무작정 찾아가 볼 생각이다
아마 저녁밥을 먹었어도 배 안 부른 척
울퉁불퉁 생강 손으로 덥석 술잔을 받을 것이다
나이 많은 이들이 나에게 존대를 하고
내가 그들을 떠받드는 한 우리는 사촌지간
그들은 힘들다고 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형제 같은 사람들이
자기 집에서 자고 가라며 붙잡곤 하던 생각에
화하게 씹히는 생강
김치에 생강을 넣을 생각은
맨 처음 누가 생각했을까?
생강아
댓글목록
최정신님의 댓글

생강...생각...동음이어는 아니지만 어딘지 참 많이 닮아 있는...
사물에 숨과 마음을 넣어 주는 게 시인이라 했던가요
그런 의미라면 엄지 척...올려 주고 싶은 글입니다
생각은 추억을 소환하니 그 또한 시인의 덕목이겠습니다
이웃사촌의 훈훈한 글로 그린 그림이 선명합니다
/김치에 생강을 넣을 생각은/ 하신 조상님께 감사...ㅎ
이시인의 컴백홈으로 창방이 화안 합니다...
이경호님의 댓글의 댓글

4월초 이미지 이벤트로 썼던 글인데 다른 것은 버렸어도 이 이야기는
가지고 있었습니다. 살면서 뭔가 뭉클했던 기억이라 완전히 버리기는
아까운 미련이 들더군요.
표현력이 부족해서 어눌하고 얼빵한 필력을 탓해야지 추억은 탓하지
말자는 배짱이 들어서 다시 고쳐봤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시인님의 건강과 강건함을 기원합니다.^^
동피랑님의 댓글

ㄱ을 꼬불터리고 이어서 ㅇ을 만드셨네요.
아름다운 추억의 생각에서 나온 생강이 파릇파릇합니다.
이경호님의 댓글의 댓글

어젠 시적 진실을 위하여 이웃사촌에게 무작정 들이댔습니다.
저녁 8시부터 시작한 술자리라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던데...
식당에서 영업 끝낸다고 쫓아냈습니다. ㅋㅋ
뇌가 커졌는지 이상하게 숙취가 없고 상쾌한데요.
반가운 사촌형 동피랑님 다녀가셔서 그런듯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