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그 기쁜 이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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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그 기쁜 이름이여
최 승 화
빚쟁이 독촉하던 날
부들거린 마루는 사시나무였습니다
한양 년 눈치 보는 낭군 육자배기
읍내로 가시면서
아버지는 늘 한분이시다 하셨습니다
미련 남은 아버지 육자배기는
돌아오시던 십리를 백리로 만들었습니다
양과 염소 같은 큰형님과 막내 삼촌
몰래 삼촌에게 계란 한 개 주시면서
소풍 잘 다녀오라 하셨습니다
가뭄에 말라비틀어진 대마 너르시며
부르신 베틀가 후에
구멍 뚫린 교복 여며 주시면서
오늘만 입어라 애원 하셨습니다
친구가 찾아오던 날
옆집 쌀 한 그릇 빌어다
보리밥에 감자 넣고 위에 쌀 살포시 놓아
체면도 차리실 줄 알았습니다
큰형님 중선배 멀미 팔아온 삼십만원을
가슴에 부둥켜 안으시고
몰래 다녀오신 당신
눈을 보고 말았습니다 압니다
울지 않으셨던 당신 몫으로
저는 밤새 울어야 할 모양입니다
엉엉 울고 싶은데
울지 말라셨던 말씀 받들어
소리 내지 않으렵니다
어머니!
그 기쁜 이름이여
당신으로 하여 내일은 당신의 것 이옵니다
죽어도 잊지 아니할 당신이여!
2003년 처음 시마을에 온 날 적은 글
최승화
전남 고흥 나로도
1967년생
국립세무대학교 졸업
현재 관세청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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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예시인님의 댓글

휴, 기 팍 죽이네요...처음 시마을에서 온 날 적은 첫 번째 시?....에구..디게 잘 썼네요..
근디.이 곳도 이력서?...
휴,,우리 어머니 세대...정말 가슴 아프고..눈물 나고...그냥 그냥...고개 절로 숙이게 되요...
아, 참 시 낭송 목소리 주인은 누구에요?
최승화님의 댓글

허무항이님이라고 있어요.
풀하우스님의 댓글

그 때 그 당시 시가 지금 시보다 더 좋네요..
그 때는 마음을 비워서 편하게 쓴 글이고..
지금은 더 잘 쓸려고 노력해서 쓰는 글이고..
이 시처럼 쓰면 된다니까요..
더 잘 쓸려고 "노력"하지말고 편안하게
이 글 처럼 마음자리에서 그냥 술술술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