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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다는 건 더욱 불거지려는 불길한 징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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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60회 작성일 16-05-25 09:08

본문

 붉다는 건 더욱 불거지려는 불길한 징조다 / 테우리

 

 

 

  1.

 

  해발이 기스락을 어슬렁거릴 즈음 희미한 정체들이 산자락을 슬금슬금 물어뜯고 있었다

  죄 불거지는 것과 다 붉어지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 따라 슬금슬금 톱질했다

  초록의 수위를 지키고자 눈치를 살피며 켠 벌목이겠지

 

  산자락엔 할망의 근심덩어리들 수두룩하다. 365일 날마다 품었을 울혈의 멍울들 간혹, 

그녀의 품이 그리울 때마다 두루 찾아다니던 전설의 젖무덤들, 우리는 그걸 오름이라 칭

하지만 날이 갈수록 그들이 표정이 수상하다. 오고 가는 주변을 따라 하나 둘씩 풀 죽은

모습들, 아마 저 붉은 초록 탓이겠지

 

  그들이 마침내 영산靈山의 가슴팍을 파고들고 있다

  불길한 우려가 뚫리고 있다는 소식통이다

 

 

  2.

 

  솔잎에 매달린 시커먼 송충이완 표정부터 하늘과 땅이다. 벼룩의 간 속으로 시뻘건 정

체를 숨기고 있다. 점잖은 화산火山의 심장에 불쏘시개를 쑤시고 있다. 시퍼런 수염으로

위장한 하늘 소들이 얼씬거린다. 싱싱한 한라산을 통째로 구워먹을 태세다

 

  아! 저 광활한 시네마스코프 데미지의 이미지들

  섬의 스크린으로 붉은 노을이 얼룩진다

  그 속이 탄다, 소낭*이 탄다

 

  화륵 동공이 불거진다

  각막이 따라 붉어진다

 

  늘푸른 침엽의 경계가 구름에 휩싸인다

  천년만년 마지노선이 무너진다

 

  불행일까, 다행일까

  불행 중 다행일까

 

  요즘 따라 화끈하게 맞불을 지르는 태양이다

  혹, 하늘의 불길이 더욱 뜨거워지면 

  저 무지막지한 생각도

  좀 사그라들까

 

 

 

  ------------------

  * 소낭: 소나무, 제주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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