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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투 한 판 벌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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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50회 작성일 16-05-25 18:17

본문

화투 한 판 벌리는데

 

이영균

 

 

혼자 패를 돌린다는 건 지독한 독백이어서

고수와 화투패를 돌렸다는 것도 이해는 간다

돈을 깔고 낱장을 뿌리자 야무진 손 하나

점수 나기에 독이 올랐음인데

쌍피 쓰리피 점수가 나자 돈만 쏙쏙 뽑아간다. 그러자

두 번째 패가 돌 때 고수가 그의 독식을 까발려

쌓인 피가 매스컴을 타고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자 칼날 같은 시청자들의 관심사는

작품이 아닌 그의 엽기적 발상이어서

그의 행각 몇 번이고 진기해 하였다

그 일로 그의 양심은 이미 방어의 한계를 넘어

수습 불가의 지경이 되고 말았다

 

한 점 한 점 피 긁어모아 얼마가 난 건지

패를 간추리며 아직 백지였을 때를 생각하는데

그저 다 싸놓은 게 아니고

펼쳐 놓을 때마다 쓰리고에 피박으로 따따불

대박이 난거란 생각에 다시 둘러보다

소문의 꼬리를 물고 있는 건 진품이 아닌

고수의 모작뿐이었다는 거다

 

고수 없이 다시 화투판을 벌려야겠지만

양심상 다시 그릴 수도 안 그릴 수도 없는 노릇

판이 고갈되어 휭하니 바람만 인다

작은 머리로는 그의 속 다 더듬을 수 없어

다발로 생각 쌓아두고 차츰 펼쳐 볼 양인데

우선 재판의 결과가 궁금하다

 

화투 그림은 잠시 접어두고 사죄부터 해야겠지?

한 몇 년 뒤로 돌다 보면

한 누구처럼 조 아무개도 느닷없이

화투 노벨상에 올랐다는 소문 떠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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