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뜨는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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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뜨는 별
고향을 떠난 타인들이 산다
회색 달이 떠오르고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의 웃음소리와 빨간 꼬리를 가진 전갈
허물 벗은 뱀이 돌아눕는 불모의 땅
태양은 욕망을 덥혀 시간마저 부서지는고단한 사막에서
오아시스의 신기루를 보았다
새로 맞춘 누진다초점 안경을 썼을 때 일이었다
뿌연 고층 빌딩 사이로 전에는 보이지 않던 별이
현기증 나게 빛나고 있었다 눈물이 나왔다
내게 남아 있는 별이 있었구나
퇴근 시간은 지났고 빌딩 탑 위로 뜨는 네온의 둥근 달
빨간 꼬리 가진 전갈들 모여 춤추는 모래 성
월광이 젖어드는 모텔 은밀히 꺼지는 불
아직 집에 가지 않은 허물 벗은 뱀들은 귀가 짧다
전철역 앞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에 담긴 별을 마신다
부딪히는 술잔 사이로 사막의 하루가 접힌다
뉴스에선 어제처럼 충격과 배신과 패륜이 흘러나오고
거리의 골목을 빠져나온 그림자 넘어질 듯 휘청거린다
하늘에 누각된 .별 하나하나에 . 사랑을 걸고 가족을 걸고 연봉을 거는데
하나가 나의 목숨을 걸 별 하나가 모자란다
빈혈로 어지러운 하늘 걸지 못해 흔들리는 불빛
.빈자리 없는 전철이 종착역을 간다
종착역은 사막의 시작과 끝 양쪽에 다 있다
되돌아가든지 끝까지 가든지
빈자리 하나가 생겼다 앉을까 하는 순간 재빠른
하이에나 한 마리 뼈다귀 채가듯 자리에 앉는다
먼저 차지하지 못하는 자가
늘 그렇듯 긍정하는 삶에 기대어 실려 간다
언젠가 내 꿈 걸어 놓을 별자리 하나 비겠지
차창 밖 가로등에 매달린 별이 따라오고
아빠를 기다리다 지쳐 까무룩 잠든 얼굴이 안경 속에 고인다
안식의 침상에는 지친 영혼이 뒤척이다 잠들고
아빠가 사온 과자 봉지, 침대 머리맡에 떨군 한 방울
초록 책표지에 떨어져 반짝이는 별이 된다
바람의 발자국 모래언덕 위로 길게 남은 새벽하늘 .
끝까지 남아 빛나는 별 하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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