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의 힘 > 창작시

뿌리의 힘

보통 우리가 먹는 일회용 컵이나

글씨는 쓸 수 있는 원인은 모두 뿌리의 힘

누군가 나를 일회용으로 사용하다 버린다 해도

그런 컵이나 종이 한 장일지라도

재활용이 가능한 것은 몇 개 안되지

그래 구겨진 꿈일지라도

뿌리가 튼튼한 나무는 봄에 이파리를 가졌다가

여름 내내 신록을 꿈꾸고

가을에는 불 한 번 싸지르고 낙엽으로 떨어지지

대부분의 활엽이 그렇고

조금 늦긴 하지만 소나무 혹은 침엽의 방식은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결국 떨어지지

거름이 된다는 것

자양분을 뿌리에게 주는 이유를 알 것이야

파랗게 질리던 시절도 있었고

싹수가 노란 그런 시기도 지나고

이젠 지천명의 단풍을 물들여야 할 시간

곧 가을이 되면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다가

눈에 묻히기도 하겠지만

나무를 그것도 고목을 지탱하는 것은

잎도 아니고

줄기도 아니고

오직 뿌리일 뿐이다

그러므로 세 가지 뿌리를 조심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다친 뿌리를 본 적이 있지

이식을 하다가 아무리 조심해도 뿌리는 다치게 마련이지

뿌리가 살아 있어야

원줄기와 가지 그리고 잎들이 살겠지

그래서 뿌리를 중요하게 여기고

궁합을 보고 사주를 관찰하는 것 아닌가

어느 여자의 뿌리는 이미 독재

그 독재의 뿌리가 뽑히고 있는 와중에도

염병할 심정으로 몇 가지 더 해보겠다고 지랄을 떨고 있지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계모의 눈을 키우던 까마귀로 파먹고

언니들은 일꾼으로 전락시켰다고 원본은 말하고 있지

나 옛날 나무하다가 보았지

마른 뿌리로는 절대로 자식을 낳을 수 없다는 것

그것이 뿌리의 힘이지

뿌리, 그 뿌리의 힘 어느

뿌리가 오늘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있다

뽑힌 뿌리처럼 무지막지한 뿌리를 아랫도리에 감추고

나에게 한 푼 도와달라고 손을 내미는 허약한 뿌리

내 뿌리는 아직 잘 서는데

뿌리의 힘이 강한데

자라지 못하도록 싹을 자르는 어떤 이의 전정가위는

뿌리를 말라죽게 할 모양이다

이 조국의 뿌리를 통째 내 놓고 있다

뿌리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 김중일의 나무는 나뭇잎이 꾸는 꿈, 을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