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목욕탕 안에는 절대적인 강자가 없었다 /추영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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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목욕탕 안에는 절대적인 강자가 없었다 /秋影塔
때 밀러 들어가는 값이 올랐단다
오른만큼 더 토해내야 하는 내 지갑은
불평도 못한다
모두가 때를 한 가마니씩 지고 왔는지
쉽게 퇴장하는 사람은 없다
온탕에서 냉탕으로, 냉탕에서 다시 온탕으로
자주 이동하다보면 냉온인지 온냉인지
무디어지는 촉수, 오그라드는 살점
모두 한 가락씩 했던 몸매들이
이제 다들 풀이 죽어 있지만
오늘은 죽은 기를 더 죽이는
절대적인 강자가 보이지 않아 다행이라면
다행인데
다를 내 것만 보는 척
고개를 숙이고 있기는 하더라만
키를 재 보자고 나서는 사람은 없어도 시선에
막대기 하나씩 달고
눈금을 새기는 아리송한 침묵 경쟁,
탱자꽃도 꽃은 꽃이라고 언젠가는
안 익은 탱자도 열릴 것이어서
그 미묘한 기미를 눈치 챈 나는
내게도 희망 한 줌을 불어넣으며 속으로 웃어보는
것이다
댓글목록
별들이야기님의 댓글

추시인님!
하여간 넘 멋져요
희안도 하지
어디서 저런 소재을 구해 쓰시고
대단해요
맬 보면 소재가 엉뚱하게 나와요
참 대단해요
추영탑님의 댓글

목욕탕 안에서는 모두가 모두의 암묵적인
경쟁자가 되는데,
누가 누구를 이기겠다는 것인지
피식 웃음도 나오는 것이어서
오히려 평화적인 경쟁의 자리가 됩니다.
결국 모든 경쟁심을 버리고
자신만의 작업에 열중하는
법을 배웁니다. 재미있는 풍경들이지요.
여탕 안은 어쩐지?
그런 의문은 갖지 않는게 교양인의 태도겠지요? ㅎㅎ·····
거기서는 웃지 않고 집에 와서야 웃어봅니다.
테오반고흐님의 댓글

ㅎㅎㅎ 재미나지만 여러가지 의미를 담으심이 대단하십니다
저도 같은 목욕탕을 소재로 써봤지만 그다지 잘 풀지 못한 것 같았는데
선생님의 글을 보고 배우고 갑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영탑님의 댓글

테오반고흐 님!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습니다. 왕성한 필력에 나름 감탄하고
있었습니다만, 아직 찾아뵙지를 놋했습니다.
사실 목욕비는 집에서 몇 번 하다가 가보면
어느새 올라있고,
낮 시간에는 팔팔한 젊은이들이 별로 없어
나이든 사람들만 묵묵히 한 시절을 그리워
하며 무언의 경쟁심을 숨기고 있지요.
이루어지지 않을 희망들을 가지고요.
바야흐로 탱자꽃이 피는 시기여서 짜 맞춰
보았습니다.
방문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테오반고흐님의 댓글의 댓글

선생님, 초짜라 열심히 쓰고는 있지만
생각만큼 잘 쓰여지지는 않습니다
선생님 글 보면서 항상 많이 배우고 있었습니다
언젠간 선생님처럼 좋은 글을 쓰는 날도 오겠죠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추영탑님의 댓글

어유! 무슨 말씀을·····
저는 글이 나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아주 초보적인 수준일 뿐입니다.
사실 내놓기도 부끄럽지만
시라는 게 원래 지독한 중독성이 있어서
자꾸만 컴 앞으로 끌어당깁니다.
절필도 몇 번 시도해 보았지만, 금연 37년
보다 훨씬 어려운 게 ‘요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 둘 수 없으니 그냥 끄적거리고 있을
따름인데 너무 과찬해 주시니···· 고맙다는
말씀을 드려야 겠지요?
정말 감사합니다. 비도 개였는데 밝은
오후 보내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