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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과 눈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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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선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11회 작성일 16-05-19 15:13

본문


 
병원과 눈사람



건물로 치장된 도시 한복판.
고통을 담고 있는 백설(白雪) 하나가
매연 안개를 두른 채 생환을 원하는
이방인들을 꾸역꾸역 삼키고 있다.
 
뱃속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픈 환자를 소화시키는 중.
 
공포를 던져주는 비명소리
죽음을 알려주는 울음소리가
때맞춰 울리는 자명종처럼
익숙하게 의사를 찾는다.
 
도착하면 긴박하게 울리는
다른 세상으로의 카운트.
 
위급하게 수술대로 첨부된
그의 몸이 인위적인 죽음에 대한
재판을 받는다.
 
불리한 법정에 신으로부터 
그를 변호하게 된 의사.
그의 몸을 찢고,
이것 봐라! 살 수 있지 않느냐!
하고 증명해 보이려 하지만
일방적인 판정은 죽음을 표기해버린다.
 
세로로 눈을 뜨는 수술실의 문.
결과는 하얀 눈동자의 표정이 말해주고
 
보호자는 소리치며 의사의 멱살을 잡는다.
그때마다 듣게 되는 살인자라는 오명.
그의 가슴에도 매스가 한 획을 긋는다.
 
감정조차 얼어버릴 듯한 겨울 밤.
이 빙하로부터 배설되는 시체의 꼬리표를 보며
의사는 다시 가운을 입고
오늘도 감정 없는 눈사람이 되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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