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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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 / 유윤호
아무도 찾아오지도 않는 뒤꼍에 내버려진 뚝배기가 있다
담쟁이처럼 달라붙은 검불은 떠들썩하게 놀다간 바람의 흔적
새벽녘 찾아온 이슬은 아침 햇살이 부셔 아롱지게 눈물짓는다
땟국 흐르는 뚝배기에 비가 내린다
넓적한 아가리가 토해낸 단말마를 삼키는 빗소리
가득 찬 갈망이 넘쳐 종일 흘려보내는 배려를 배운다
깊은 밤 덜 찬 달이 스윽 찾아와 배불리 마시고 떠나면
있는 듯 없는 듯 그대로 일뿐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뒤꼍에서 비움을 체득한다
댓글목록
시앙보르님의 댓글

자연스레 흘러가는 섬세한 촉각이 좋습니다.
이미지를 대하면 억지로 끌어내기 바쁘고, 그러다보면 왜곡과 억지가 실리기 마련인데요,
그런 거 없이 잔잔한 묘사에 어울리는 독백은 버려진 뚝배기와 잘 어울립니다.
저도 늘 제목 때문에 고민하는데, 좋은 내용에 비해 직설적인 '뚝배기'라는 제목은
시인님이 너무 솔직하다는 생각입니다. ^^
제 소견에는 '비워지는 뒤꼍 (예를 들자면)' ... 이런 식으로 고민하셨음 어떨까 상상하다 갑니다.
초심자님의 댓글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
이미지에 오랫토록 빠져들다 보니
너무 사변적인 것 같습니다
제목 짓기가 또한 어려운 고민인 것 동감합니다
비 온 뒤 대지가 물러지듯 갈아엎기 딱 좋은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