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을 지키는 소나무 /추영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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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을 지키는 소나무 /秋影塔
강물아, 바람에 섞인 솔 향 내린다!
아망바우* 발등에는 향만 빨아 먹고
바람은 돌려보내는 영산강이 흐르고
아무도 기어오르지 못하는 바위 절벽
틈새에 뿌리내린 잡목에 앉아
지금까지 쉬고 있는 세월이 있고
여기 그 세월 때문에 늙어가는 사람도 하나 있다
초교 육 학년 때의 마지막 소풍을 기억하는
소나무 한 그루 아직도 청청한데
무말랭이처럼 마른 그 가시나의 소식은
모른단다
이 산봉우리를 스쳐야만 비로소 지구 뒤로
숨는 태양
강물에 하혈처럼 쏟아지는 노을일까,
나만 보았다
그 가시나 얼굴만 가리고 내빼더라
종아리에 붉게 핀 장미 꽃다발
그 때는 얼룩이 아니어서, 나를 놀라게도
했는데,
오늘도 강물을 물들이며 나를 반기는
꽃다발 노을, 고갯길 절개지에서 마사토 한 줌 쥐어
바람에 뿌린다
그리움은 산산이 흩어질 수 없는 것인가?
흙 부스러기 입에 받아 물고
그 비밀 여태까지 숨기고 있는 소나무는
나를 보고 웃는다, 그 가시나 다시
만난 적 있느냐고 묻는다
그리운 것들끼리는 죽어서라도
반드시 다시 만나야 한다며
*나주시 영산강변에 있는 천애의 낭떠러지, 바위 절벽
댓글목록
별들이야기님의 댓글

추시인님!
역시 네요
소나무 웃어요(감동)
선생님도 가시내 추억 있었구요
멋지십니다
추영탑님의 댓글

“어즈버, 어린 시절이 꿈이런가 하노라”
돌아보면 다 추억이지요.
내가 자란 동네는 무덤동산과 맞붙어
있었는데 밤에는 언제나 모여서 무덤사이를
안방처럼 뛰놀며 놀았지요.무서운 줄도 모르고···
크고 작은 무덤들이 100여기
도 넘었는데
모두 우리를 자식, 손자처럼 안아 길렀어요.
지금은 동산은 절반은 없어지고 무덤은 한 쪽만 남아있어
옆을 지날 때면 허전한 생각이 듭니다.
거기서 머슴아, 가시나 함께 놀았는데
모두들 어디로 갔는지······
·
어린 시절은 모두 기억의 갈피에 단풍잎처럼 눌려
들어 있습니다. ^^
은영숙님의 댓글

추영탑님
그 낭떠러지에 서있는 소나무 아래
못 잊는 추억을 간직한 사연......
동화처럼 멋진 시심 속에 상상의 나래 펴고 머물다 가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감사 합니다
건안 하시고 즐거운 한 주 되시옵소서! ^^
추영탑님의 댓글

누구에게나 그런 추억쯤은 있을 겁니다.
세월이 흘러도 유난히 기억에 남는
추억은 있게 마련이죠.
그 절벽이 꼭 낙화암 비슷하지요.
절벽 위에서 돌을 던지면 저쪽 강둑에
떨어집니다.
옛날엔 절벽 아래 강물의 깊이가 명주실 한 꾸러미가 넘는
다고했는데 실제로는 재보지 않아서
잘 모릅니다. 달라진 거라면 맑은 물이
탁해졌다는 것, 절벽은 여전한데 사람은
세월에 부대끼고 있다는 것.
옛날 백제 때부터 전해오는 슬픈 전설도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은영숙 님, 안녕하시지요.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글 많이 올려 주시고
무강하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