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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참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광나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37회 작성일 16-05-16 12:24

본문

아버지의 참외/광나루

 

우리에게도 가난에 허덕이는 세월이 있었다

보릿고개

노래되어 해마다 찾아오고

주린 배를 움켜쥐고 하늘을 향해 탄식하는

지쳐 쓰러져 노란 하늘이 다가오는

강냉이죽도 반가워

아랑 죽도 반가워

눈물 철철 흘리며 비지죽을 먹고

나물 캐서 죽 써 먹고

칡뿌리 파먹고

어쩌다 쌀 한 되라도 생기면 아까워

몇 주먹 넣고 콩나물에 물 많이 부어

죽을 써 온 식구가 먹던 그 시절

 

아버지는 식구를 위해 공사장이 있는 섬으로 가셨다

나는 배고픔을 참지 못해 배를 타고 아버지를 찾아갔다

아버지를 만나 함바집에서 하얀 쌀밥을 먹었다

얼마 만이런가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목구멍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집에서 굶주림에 떨고 있는데

그래도 우리 아버지는

 

떠나올 때 아버지가 내게 준 참외 하나

가슴에 안고 버티고 또 버티다

한 입 베물고 눈물 흘리고

눈물 흘리다 한 입 베물고

통통거리는 배의 난간에 기대

파도의 넘실거림에 옷자락을 적시면서도

부둣가에 서서 손 흔드는 아버지 모습 보이지 않을 때까지

참외를 먹으며

손을 흔들며

눈물을 먹으며

그것이 차마 아버지와의 이별의 순간이 될 줄을

 

가물거리는 저 편 부둣가에

지금도 아버지의 참외가 보여

손짓이 보여

나를 보내는 아버지는 미워도

눈물 흘리며 손짓하는 아버지는 잊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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