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봄 여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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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봄 여름 없이
빈도리가 꽃망울을 터뜨렸다
봄이 떠나려나 보다
키 작은 해바라기 잎을 틔우며
갈 때는 말없이 떠나가라는데
담벼락 갈라진 틈새에서
누군가의 탄식이 새어나온다.
나의 봄은
겨우내 움츠린 몸을
아지랑이로 피어 올리는 것뿐,
봄이 저 만치 멀어져 가는 건
햇살 좋은 자리에서
그늘진 곳으로 몸을 옮기는 일,
오면 떠나보낼 준비를 하고
가면 다시 맞을 준비 하느라
바람 없이 떨어지는 꽃잎처럼
어떤 설렘도 만들 수가 없다.
내 나이쯤이면
가슴속 깊숙한 곳에
정인하나쯤 숨겨 놓을 만도한데
세월로 만들어진 단단한 마음은
결연한 가을 색 문장 담고 있어
그늘로 옮겨 앉은 몸보다도
가슴이 먼저 서늘해져 가는데,
한숨 실은 바람 한 줄기는
누가 내게 보낸 붉은 문장인가?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누구나, 가슴 깊이 그리움 하나는 간직하고 사는 거 같아요
- 안 그렇다는 사람들은 모조리 빼고
그 대상이 현실에 존재하던, 안 하던
닿을 수 있는 그리움이던, 아니던..
세월 끝 빈 가슴에 자리하는, 그 어떤 아쉬움 같은 것
시인 자신을 포함해 對象을 영혼의 그림 속에서 관조하는 차분함이
좋습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핑크샤워님의 댓글

시인님 귀한 걸음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예전에는 계절의 변화에 아쉬움이 남곤 하였는데 이제는 담담해 지는 것이
무슨 연유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써 본 글입니다,,내일도 건강한 모습으로 뵙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