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16) 나무의 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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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필력
골다공증 걸린 팽나무 말벌들이
진물을 빨아먹고 있다
조씨 집성촌 원님이 심었다는 등 굽은 느티나무 아래
더위에 가위눌린 사람들 연신 부채질을 해댄다
술 거나하면 김씨와 조씨, 마을과 마을의 경계에서
정일품 반열에 올랐다며 팔 걷어붙였는데
줏대 없는 사람들 한 아름으로 재보고
감성도 없는 동공으로 한 치 두 치 재 보고
피 흘리며 혈통 재보며 이중 잣대를 들이댔다
길고 짧은 것은 재봐야 안다고
정임이 엄니 콩밭 매다 장마통 팔 부러진 나무
울컥 호미자락으로 재보고
조영감 뻑뻑 빨아대던 곰방대로 재 보았다
산제비 풍설을 물고 산등성이 넘나들었다
사람들 팽나무 아래 돼지머리 차려 풍장을 치는 것인데
술 잘 먹는 느티나무 권주가 부르며
막걸리 한 사발 따라 드렸다
무장무장 감싸고돌았는데
총각 선생 부임하던 날
아름드리 팽나무 자궁을 열고 봄빛 화사한 서정과 그해 여름
태풍 동반한 번개의 상상력과 가을과 겨울 사이 그 난해를
써내려간 등고선 문장을 해독하는 거였다
청동 자로 심안과 혜안 영안까지 재는 것인데
이파리 무성한 느티나무 팻말 들고 서 있다
“저는 팽나무보다 필력이 부족합니다, 33센티나 작습니다”
댓글목록
오영록님의 댓글

긴 연휴 잘 보내셨나요..~~
나무는 그림자로도 쓰고
바람불때도 쓰는데
사람은 우매하여 몸집만 재고 있군요.ㅋ
김선근님의 댓글의 댓글

에구구 텃밭에서 풀만 뽑다 왔시유 ,,ㅎ
고구마 500개 고추 200개 심었습니다
오늘 비가 와 좋습니다 무럭무럭 자라겠습니다
근디 꽃 씨는 어떤데유
비가 네립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김태운.님의 댓글

나무에서 필력을 재다니 참으로 대단한 시인이십니다
난해한 등고선 문장을 다 헤아렸으니...
팽나무 자궁속이 훤히 비치는군요
그 길이가 자그마치 33센티,,,
아마 저기에 갑장회장님 필력을 소장했나 보군요
감사합니다
김선근님의 댓글의 댓글

테우리 갑장님 반갑습니다
여긴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립니다
에궁 과찬의 말씀에 부끄럽습니다
언제 서울에 오시면 연락바랍니다
오 시인님이랑 막걸리 한잔 해야지요
고맙습니다
李진환님의 댓글

어쿵!
올만에 뵙니다.
늘 건강하시지요.
궁금한 안부 여쭙니다.
김선근님의 댓글의 댓글

참으로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이진환 시인님
반갑습니다
여여하신지요?
늘 침묵으로 행사를 빛내주시는 시인님
창방에서 시인님만의 독특한 좋은 시로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문운이 빛나소서 감사합니다
시앙보르님의 댓글

점점 깊어지는 시편과,
감칠 맛 물씬 풍기는 어휘들의 잔치에 즐감하고 갑니다.
// 총각 선생 부임하던 날
아름드리 팽나무 자궁을 열고 봄빛 화사한 서정과 그해 여름
태풍 동반한 번개의 상상력과 가을과 겨울 사이 그 난해를
써내려간 등고선 문장을 해독하는 거였다 //
이 부분은 압권이라서 훗날 따로 시편을 빚어도 좋을 듯 합니다. ^^
김선근님의 댓글

아이고 시앙보르님 부끄럽기만 합니다
좋은 시를 선 보여야는데 맨 날 그 타령입니다
언제나 만족할 만 한 시를 쓸지 요원하기만 하네요
좋은 말씀 참고 하겠습니다
비 내리는 화요일 멋지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