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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31회 작성일 16-05-09 22:55

본문

소나기

 

 

그가 죽었을 때 나는 별로 슬프지 않았다

오히려 미소를 숨기려고 애썼다

조촐하고 초라한 그의 인생답게

손님들은 거의 없었다

수육을 담은 일회용 접시처럼

그의 인생은 기름기와 몹쓸 것들로 채워졌었다

거기서 사람들은 모두 좋아보였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다음의 일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가 죽었을 때 나는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기에 모인 모두가 암묵적인 동의를 하는 듯 했다

그 빌어먹을 과거들을 치우고 있었다

입에 있는 오물을 뱉어내듯이 사람들이 한 마디씩 했고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나는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가슴 속에서 토하듯 쏟아냈고

거기 있는 모두들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신이 나서 입에 침이 튀도록 나불거렸다

내 앞에 있던 어떤 여자아이는 침으로 소나기를 맞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모두의 표정에서

슬픈 표정들이 떠올랐다

나는 내가 혹시나 말실수를 한 것이 아닌지 되짚어봤다

그리고 나는 그 때 하마터면 울 뻔 했다

내가 했던 어떤 말들이 거기 있는 모두에게 엉뚱한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잠깐이었지만 우리는 모두 입을 다물었다

나는 좀 더 기다려야 했고

말을 끝맺지도 못하고 자리에 앉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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