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15] 사랑에 대한 또 다른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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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또 다른 설명 / 안희선
이를테면,
내가 그대에게 이르는 소리가 아주 가냘퍼져서
마치 희미한 침묵과 같아지더라도
그대는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또한 나뭇잎 흔들리는 나의 가벼운 몸짓에도
그대는 그런 나를 아무런 탓함 없이
세상의 흔해빠진 선(善)과 악(惡)을 넘어,
눈물 속에 기꺼운 힘으로
나를 어루만져 주는 정적(靜寂)의 얼굴인 것이다
무한히 다정한, 손깃인 것이다
어떠한 감정(感情)도 증오로 키우지 않고
다만 그것들을 마음에 고요로 깃들게 한 채,
못난 내가 만든 모든 부끄러움까지도
자기 자신의 병(病)으로 대신 앓고 있는 것이다
해가 지고 하늘에 노을 물드는 것처럼,
내 날개의 절정(絶頂)이 조만간 추락할 것을
비애롭게 예감하면서도,
그대는
깊은 어둠 속의 불안한 내 발걸음을 비추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근심어린 등불인 것이다
<Memo>
하여, 흔히 시를 쓰는 종자들을 가리켜 ' 공상을 따먹고 사는 사람들' 혹은
' 덧없는 꿈과 바람(소망)을 말하는 사람들' 이란 세간의 혹평을 들어 마땅하다 할 것이다
한마디로, 현실의 효용성(ie : 오로지 오로지 돈 되는 일)의 가치가 최우선인 사람들의 人格市場에서
시라는 상품은 제 아무리 그럴듯한 포장을 해도 제값 받기는 애저녁에
일찌감치 틀렸다는 얘기가 차라리 솔직하다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아릅답다
한아름 꽃이 이 바다 아름답지 않다
좋은 글에 머물다가 갑니다
향 필하소서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그런데, 그런 사랑을 주는 사람이 있기는 해요
다만, 이 현실계에는 없고 제 꿈속에만 있어서 그렇지..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노정혜 시인님,
별들이야기님의 댓글

희선 시인님!
반갑습니다
님 글 자주 읽고 있습니다
젊음의 향이 넘쳐 나네요
잠시 머물다 갑니다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산 송장 같은 사람보고 젊음의 향이 넘쳐난다고 하시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냥, 울께요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에 머물러 주셔서요
별들이야기 시인님,
추영탑님의 댓글

저 마당에 뛰노는 닭무리나, 인간의 모습을 하고도 인간이 되지 못한
침팬지나 고릴라보다는 더 나은 사랑을 해야만 한다고 강력히 주장합니다.
시 속에 나오는 그런 연인을 가지고 계신다면, 애당초 ‘돈’은 생각지도 않았을 터이니·····
하지만 세상 어딘가에는 그런 사랑도 분명히
있으리라는 생각ㄹ입니다.
잠언 같은 시와 메모 잘 읽었습니다. ~~~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사실, 꿈(所望)의 힘으로 사는 사람들... (저 말고도) 의외로 많아요
추영탑 시인님도 그럴 꺼에요 - 아니라고, 거짓말 하기 없기
글치 않다면, 이 삭막한 세상에서 꾸역 꾸역 먹으며 배나 채우며 살아진단 일..
거의 비극으로 일관된, 시간의 흐름 뿐이란 생각요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그렇습니다
.
거짓말 했다가는 또 무슨 멍신(망신x)을
당하려구요.
그냥 그렇다 하고 말아야지요. ㅎㅎ
시앙보르님의 댓글

그로테스크한 이미지가 조금 충격적입니다.
'정적... 병...어둠... 등불'... 시인님의 저력에 안도하며 물러갑니다.
넘 절망하진 마세요. 시뿐 아니라 인간의 모든 장르가 무너지고 괄세 받고 있다고 봅니다. (돈마저도... )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저는 저 이미지가 역설적으로 아름답더군요
신앙하는 종교는 없지만, 그네들(종교인들)의 흥미로운 명상수행법이 있어 눈길을 끕니다
위빠사나 수행법, 즉 남방(상좌)불교의 수행법의 경우
그 초보적 수행법에 부정수관(不淨隨觀)이라는 게 있더군요
그 중에 몸· 느낌· 마음· 법, 사념처(四念處)의 관법(觀法)에서
몸에 관한 걸 들자면..
몸에 대한 사띠(身念處) 중에
해골에 살과 피와 힘줄이 뒤엉켜 있는 모습에 대한 관찰인데
즉, 간단히 말해서 겉으로 드러난 외모의 형상에 천착 (집착)하지 말란 의미겠죠
요즘 한국은 성형공화국이기도 한데
그렇게 뜯어 고쳐본들, 해골을 감싸고 있는 가죽에 불과한 것
그렇게 억지로 꾸며봤자, 세월 흐르면 자연히 망가지고 허물어지는 껍데기..
하지만, 요즘은 남녀 공히 그 외모를
제일 중시하는 껍데기스러운 시대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저 이미지의 모습으로 서로 깊이 포옹하고 있음은
입발린 사랑이 아니라, 진정한 영혼의 사랑 같아서...
글구, 저보구 절망 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저는 절망하기에도 너무 오래 되고, 낡았단 느낌이 든다는 - 웃음
좋은 말씀으로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시앙보르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