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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아그리파와의 동거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860회 작성일 17-07-10 21:20

본문

 

아그리파의 백안에 드리운 그늘을 내게로 옮기며

이것은 사랑이라 생각했다

핏기 없는 너는 내 눈빛에 까맣게 그을린 너의 얼굴이 완성 되기를 기다리며

이 사랑은 모든 사랑의 시작일 뿐이라고

폭설처럼 차갑게 과거를 파묻었다

나무 한그루의  사색을 집약하며 명백한 토대 위에

너를 나타내고자 뾰족하게 끝을 벼룬 4b연필이

사각사각 침묵을 갉아 먹다말고

지친 새들의 시선에 제각각의 각도를 잡아 주던 나뭇가지로 돌아가

누군가를 향해

팽팽하게 구부리고 표정의 시위를 당길  눈섭 한가닥 없는 눈섭이

애벌레처럼 꿈틀거릴 감정의 각도를 잡았다

드디어 사랑은 내 도화지 위에서 너를 완성하는 일,

 

 

십년을 함께 사는 너의 초면에 실례가 되지 않도록

하얗게 지워야하는 기억들,

그래 넌 스케치북에 가두지 않으면 그림자가 없지

하나 하나 지워 나가면

처음 너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연필 심을 깍으면 한 동안은 날렵한 신혼인데

금새 펑퍼짐해져 너의 그림자를 돈다발의 두께로 긁어 모으지

 

안녕! 고무와 종이는 무엇이 잘못 되고 있을 때

불륜을 저지르지

지우는 것과 아무도 없던 것이 배를 맞추고 피스톤 운동을 하지

지워진 사람과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지우개밥을 눈처럼 맞으며

스케치북을 떠나가지

 

접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종잇장 같은

신혼만 되풀이 하는 원룸.

 

 

지우는 일도 그리는 일이야

 

 

 

 

 

 

 

 

추천0

댓글목록

쇄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글에는 댓글이 없다는 말씀
이 꼭 맞는 건 아니라서.....

도화지에 가둬놓고 지우고 다시 그리기를 십 년
나만 그리는 줄 알았는데

나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된장
도화지에서 빠져나와 달아나다가 뒷덜미 잡혀
도화지가 되기를 또 십 년

하도 지우고 다시 그렸다가 지워서 이제는 뻥
뚫린 도화지를 쳐다보면
거울을 보는 것 같아서, 그릴 게 없어서
조금 서러운 것도 같다.

어줍잖게 오독
오독 씹다
갑니다.

공덕수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글에는 댓글이 없다는 말이 틀리지 않군요.
쇄사님께서 제 글에 댓글을 다셨쟎어요 ㅋㅋ

어쨌기나 그리고 싶은 것 실컷 그리다 죽어야 겠습니다.

감솨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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