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3 ] 거미 > 창작시

거미

줄을 타고

거미가 내려온다

아스라이 줄을 타는

발아래 세상은 까마득히 먼 낭떠러지

기도하듯

묘기하듯

외줄에 의지한 채

벽을 타고 내려온다

페인트통을 옆에 낀 그가

내일의 꿈을 그리듯

고층 아파트 외벽을 칠하고 있다

집에 두고온 어린 자식의 얼굴을 떠올리며

밀려드는 외로움을 잊고 두려움을 달래기 위해

휴대폰 음악을 듣는다

아찔한 허공을 견디는 중이다

(때로 삶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에 의해 방향이 바뀌거나 운명이 좌우될 때가 있다)

침잠의 늪을 헤매던 낯선 거미가

아파트 옥상에 올라 우울한 생각의 줄을 뽑는다

불안하던 눈빛은 어느순간 칼날처럼 번뜩이며

음악소리가 들리는 쪽을 향해

위험한 줄을 타기 시작한다

바람이 분것도 아닌데

비가 내린것도 아닌데

갑자기

밧줄이 출렁거리는가 싶더니

붉은페인트가 허공으로 튄다

붓이

추락한다

이내 세상이 고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