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층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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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네가 쌓인다
지층면 위로 한층씩 쌓아올리는 태초의 기도는
산새 지저귀는 숲속으로 꽃과 풀이 무성한 정원으로 태어났다. 그러나
때때로 거친 사막으로 태어난 너는 황량한 가슴안에서 비를 빼앗고 내게 갈증을 알려주었다.
베어진 나무와 석회질의 암석과 이 몸에는 절단면에 새겨진 적층의 시간이 존재한다
시간 사이로 나도 모르게 숨겨놓은 화석들을 발굴할때면 환희의 노래를 부르다가도
손 안에서 세어나오는 슬픔이 흙모래처럼 바람에 흩날리는 것을 보았다.
한낮의 태양과 밤하늘에 떠오른 달과 별을 보며 꿈을 꾼다.
도심의 화려한 불빛과 짠내나는 바닷가, 한적한 시골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오랜 가뭄으로 메마른 대지는 더이상 생명을 품지 못하고
황폐한 이 땅은 분양하지 못한채 애처롭게 죽음을 기다린다.
떠나는 길 발끝에 채이는 돌을 이정표 삼아 무작정 걸었다
시멘트 사이로 빼꼼하게 머리를 내민 풀꽃 하나와
플라스틱 판넬을 삼킬듯 간절하게 자라난 무성한 덩굴줄기들
죽음에 매달려 살아가는 고귀한 기적을 보며 시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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