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닳는다 /추영탑
오, 제발,
앓더라도 아프지는 말아다오
목뼈 눌리고 가슴뼈 옥죄는 너의 생각
앓거나 아프거나
그 이유가 내게 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너 때문에 아픈 건 나,
아픔으로 아픔을 상쇄하지 못한다면
그래,
차라리 아파서 죽자
서로를 살리는 게 죽는 거다
너는 죽어서도 사는 이,
앓더라도 제발 아프지는 말아다오
무영등 켜 놓고 나 여기 있는데,
사근취원으로 나를 빼 먹은 너를 바라보느라
네 세월에 더부사는 나의 세월만 다 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