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자의 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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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자의 일생 / 테우리
철부지 서방을 만난 각시, 아들 셋 딸 둘을 낳았으니 그 시대 그 가문에 시집살이 여자가 할 일은 다했다
나이도 각시보다 어렸다던 철없는 서방은 행동거지조차 무척 어렸을 것 같다
나라를 찾고 싶다는 젊은 오기로 왜놈들과 노름을 벌였을지 모르겠으나
하여튼, 그 손버릇의 죄목은 여지없는 도박이었다
막상 해방은 되었으나 막상 돌아온 건,
이미 썩어버린 청춘의 주검 뿐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삼년상이 지났을까, 마을 어르신이자 가문의 어르신이신 하늘처럼 우러러 모시고 싶었다던 시아비마저
그나마 믿고 싶었던 동족의 손에 운명하셨다
채, 탈상을 치르기도 전
채, 눈물이 마르기도 전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끔찍이도 어미를 챙기던 당신의 큰 기대마저 전장에 빼앗겼으니 이 노릇을 어이할꼬, 어이할꼬
어쩔 도리 없이 서방 몫 장남 몫 소낭밭까지 처분하며 샛아들, 이놈의 아비에게 몽땅 바쳤더니
몽땅 해쳐먹었다는구나. 대체 이 노릇을 어이하면 좋을꼬 어찌하면 좋을꼬
이것저것 눈치 챈 막내놈조차 저 살려고 기어코 가출해버렸으니
아이고, 아이고, 어쩔까나, 어쩔까나
그렇듯 세월은 무덤 속 모래시계 같았지만 흐르는 건 매한가지, 그럭저럭 행상을 하며
망할 놈의 샛놈이며 그놈의 손자들까지 뒷바라지하시다
막내딸마저 앞 세워 저승살이 보내시더니
끝내,
무거운 입 다무셨구나
무거운 숨 거두셨구나
무거운 눈 감으셨구나
무거운 짐 내리셨구나
무거운 삶 놓으셨구나
오늘도 그날처럼 먹먹하고 답답하다
간 졸이던 비만 내리고
주르룩 주르룩
댓글목록
심월님의 댓글

그게 인생입니다. 드라마보다 더한 것이 삶이라는 화두지요.
우리네 인생은 다 거기서 거깁니다. 산다는 것 자체가 지난한 숙제니까요.
오늘 추적추적 비가 내립니다. 이제 여름이 완연히 온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잘 된 시건 못된 시건 쓰고 있다는 건 분명 행복이지요.
김태운.님의 댓글

그럴까요?
인생이 다 이렇게 끝난다 생각하면 끝까지 살맛이 사라질 겝니다
그나마 좁쌀만한 희망이라도 있어 사는 것은 아닐까요
아무튼 주어진 삶이니 열심히 살아야겠지요
감사합니다
은영숙님의 댓글

김태운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비옵니다
비가 내립니다 아우 시인님!
시심 속에 우리 시대의 여자의 일생을 봅니다
저를 눈물로 세수를 시키는 아우님!
왜? 제 졸 글이 늘상 우는 줄 모르시죠? 다 사연이 있답니다
매 맞으며 살고 돌부처도 돌아 앉아도 걍 참고 살고 ......
많은 여인들의 애환을 보고 살았습니다 그것이 여자의 일생이었죠
시인님의 시를 탐독하면서 가슴의 통곡 소리에 귀 기우려 봅니다
노래방 가면 일착으로 여자의일생이 불려지는 은갈대 여인들......
저도 그 속의 한 사람 ......다음 생이 있다면
하늘 바다의 하얀 구름의 배가 되리라 합니다
잘 보고 한 없이 울다 갑니다 울리기없기요......
즐겁고 행복한 5월 되시옵소서 나의 아우 시인님!!
해돋이1님의 댓글

저는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제 바로 위에 형님이 25년전 40살에 교통사고로 조카,질려 초등4,2학년 때 가셨는 데
눈물 안흘렸고,아버님,어머님 돌아가셨을 때 또한 눈물 한방울 안흘렸습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왜 슬프고 눈물이 나오는 가 하면 있는 현실을 그대로 안받아 들이기 때문입니다..
뾰쪽한 수가 없거든요..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남들은 이상하 게 생각할 지 모르지만..한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날 일 또한 없습니다..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잘 보고 갑니다 편한 오후 되시길요..
노정혜님의 댓글

여자의 일생
한 많은 여인의 일생
요즘은 반세기가 지나면
남자의 일생의 노래가 탄생 될것 같소
세상 뒤바뀐것도 순환 아닌가
시앙보르님의 댓글

요즘에는 막장 드라마들 아예 보질 않습니다.
뉴스만 간간이 보지요.
시인님의 드라마가 텔레비전에 나온다면 끝까지 보겠습니다. ^^
편한 오후 되십시오.
김태운.님의 댓글

들려주시고 격려 내려주시고 공감 나눠주신 시인님들
귀한 걸음에 늦게 답글 드려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