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 가는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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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 가는 길목에서 / 테우리
1.
저승에서 낯익은 문자가 날아왔다. 위치를 확인해보니 이승과 가까운 S병원장례식장 안이다
전파를 빌어 벌써 저승에 간 까닭을 물었다. 저도 그게 궁금하단다
궁금증을 풀려면 현장엘 가보는 것이 상책이겠지. 향료香料를 챙기고 이런저런 생각을 삼키고 뱉으며 엑셀을 밟았다. 저만 떠나버리면 남은 자들의 기분은 어떨까, 혹시 총각이 저승엘 가면 환영을 받을까, 산 세월이 절반인데 딱지는 뗐을까, 혓바닥이 떨떠름하다. 잠시 후 도착한 곳, 바로 저승 근처다. 가까이 어딘가에 저승이 있겠지, 여긴 그 길목이겠지
때 아닌 국화들 저들의 잔치인 양 좌우로 즐비하다. 저승기운이 감도는 그윽한 향내가 음양의 조화를 거들고 있다. 1호실에서부터 7호실까지 들락거리는 생사生死의 표정들, 달아오른 낯빛과 창백한 낯빛들로 나뉜 걸 보니, 천정쯤에서 염라가 지켜보고 있을 것 같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불분명한 시간, 아직 이승에 발붙인 사람들 북적거린다. 이 정도라면 저승에도 꽤 만원사례겠지. 망인의 형을 붙들고 영문을 물었다. 질문이 어려웠는지 잘 모르겠단다. 추리의 어림인지 추측의 짐작인지, 몰라도 혈압이나 당뇨일 거라며, 남달리 살이 쪘었다며
그것이 저승으로 간 까닭의 전부였을까, 더 이상 깨물어볼 도리가 없다. 산 자들에게는 고문이겠으니, 죽은 자밖에 모를 것이니, 이승을 뜬 까닭, 그 내막을 확실히 알려면 내가 저승에 갔을 때나 물어볼 수밖에
2.
아! 내일은 살아생전 허울 훌훌 벗어던지는 날, 이승의 증거인멸을 위해
납골당 가는 날이로구나
평생 살아본 적 없는 본관과 평생 학생의 신분이 적힌
명불허전의 명전을 이불로 잠시 덮고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저승 가는 길목에,
천당과 지옥으로 가는 사람
구분하는 <오도대장>이 있다던데
만나 보셨나요?
생각이 깊고 구구절절 좋은 내용 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오도대장, 처음 듣는데요
그러니 봤어도 누군지 모르겠죠
ㅎㅎ, 감사합니다
잡초인님의 댓글

저승 가는 길목에서 서성이지 마시고
납골당에가셔서 저승에계신분께 오래오래 살도록 기원하시기 바랍니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입니다
늘 행복 하시고 멋진세상 아름답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 합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아침에 다녀왔지요
오히려 잘 죽었다고 다독였지요
가신 임은 청춘이지만 고달픈 삶이었을 겁니다
대충 분위기에서 느낄 수 있었지요
감사합니다
해돋이1님의 댓글

중요한 건 문상객들 중에서 자신들이
현재 죽음을 한보따리 안고 있으면서
그것을 모르고 죽은 사람과 산사람인 자신을 비교하면서 자신은
지금,살아있다고 느끼면서 절하고 나오다는 겁니다...
그리고 뒷풀이를 하면서 망자의 죽음에 대해서
이런저런 야기를 하고..
누가
우리들 중생이들 말입니다요..
시보고 한번 이런 저런 생각이 떠 올라서...
감사합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재밋습니까?
죽고 사는 일인데요
살아 있다는 것이 큰 자랑인 양,
그래서 오래 사는가 봅니다
웃는 사람들...
해돋이1님의 댓글의 댓글

죄송합니데이
순간적으로 상심을 줘서....
그냥 이것 저것 안보고, 원리만 보고 야기하다 보니까
저 위에 댓글 속에 ㅎㅎ 를 보고 잠시 홀린 것 같습니다
제가 앞뒤 안가리고 그 원리에만 순간적으로 도취하여.....
그 원리가 하도 이상야릇해서 저도 모르게 나왔는 것 같습니다.
다시한번 악의의 본의가 아니다는 말씀을 드리며..
또한 악의가 있을수도 없지요..양해를 부탁합니다.
죄송하다는 말씀, 거듭 말씀드립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아닙니다
저도 원론적 답변을 하다보니 그렇듯 받아들일 수 있겟구나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