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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라는 이름으로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浦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50회 작성일 16-04-28 10:21

본문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浦友

 

 

내 눈엔 지금 아버지가 없다

그러니까 내가 제사를 모시는 신위(神位)까지만 거슬러보자

그러니까 시대의 올가미에 덜컥 조여버린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겠지

그러니까 뜻하지 않은 그의 억울한 죽음도 당신의 아들인 아버지의 아버지보다는 나중이었다

아버지의 아버지는 식민의 제국에 볼모로 붙들린 채 당신의 아버지보다 더 일찍 졸하셨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성급하게 돌아가신 분은 큰아버지다

그러니까 이 아버지는 총각으로 신위의 반열에 오르신 윗대의 장손이시다

그러니까 족보상 아버지며 지방의 현고학생(顯考學生)이시다

그러니까 사실 이 아버지도 매우 불행하신 아버지다

나라의 반쪽에게 젊은 목숨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돌아가셨지만 젯상에 없는 아버지가 계셨다

그러니까 어렸을 적 집을 나가 개고생하시다 돌아가신 막내 아버지다

그러니까 아버지인 당신의 형보다 먼저 가셨으니 역시 제 운을 다하지 못한 셈이다

그러니까 수명을 끝까지 수행하고 있는 분은 나를 낳았다는 아버지 뿐이다

팔순이 넘도록 누릴 것 다 누리는 팔자 좋은 한량이시다

그런데 나는 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않는다

웬걸 어리광에다 엄살을 부리기 시작했지만

이미 아버지다운 아버지가 아니었으므로

 

그러나 내겐 진정한 아버지가 지금 내 안에 계시다

저 아버지들을 죄다 뒤치다꺼리하다 한을 남긴 채 세상 뜨신

여자의 몸으로 남자처럼 거칠게 살다 훌쩍 떠나버리신

아들 대신 딱한 장손의 아버지로 유독 모질게 사셨던

지금은 그 어르신께서 神이 되어 내 안에 계시다

 

아! 이제 남은 아버지라는 이름은 나 혼자 뿐인데

나라도 제대로 된 아비여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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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한드기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한드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곡은
돌아가신 어머님에 대한 불효인지요...

가족사를 들춰내는 것이 뭐 좋겠습니까만
저도 제 친아버지 말고는
비슷한 경험이 있는지라

공감하고 갑니다.

잘 감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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