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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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청소
노곤한 나귀처럼 누워 무심코 코를 후비는데
생각지도 않던 큰 코딱지가 묻어나오니 이, 이런
일 초 내의 오르가슴이네
바로 떨어져 골고 일어난 개운한 아침, 하나 뽑다가
개도 안 키우는 코털을 오늘은 깎아야만 했다
개수대에 보름 어치 가량 다시 묻어 쌓인
2차 성징性徵 이후 몰래 하는 몰염치들
배수구로 내동댕이쳐진다
내 이 몰골이 그리하여 잠시 좀 더
또 뺀질해질 수는 있겠네
어른스럽다는 건 음험하다는 말
돋아나는 검은 흉책을 싹둑 잘라서 감추는 술수를 쓸 줄 안다는 말
끈적한 곳에서 나와
그 끈적임과 한 몸이 되어
좋은 것만 받아들이게 자라지는 않고
수음처럼 숨어, 몽정처럼 이끌려
하게 되는 행위, 돌출
평생 삐뚜루 끝없이 나오지만
아무도 안 보는 관에 갇힐 때까지
내 이 사악함, 뽀송한 화장지에 감싸듯
뽑아내지 말고 잘 다듬어 담고
잘 풀어내고
그리 그리 해야 할
댓글목록
시앙보르님의 댓글

일상성에서 시정을 포획하는 솜씨는 늘 일품입니다. ^^
에구, 저도 모르게 새끼손가락이 콧구멍으로... 오, 멈춰줘 !
뻔한 노래를 뻔하게 부른다면 노래방에서도 다들 졸더군요. (제 경우, 음치라서요.)
'어른스러움의 음험'에도 공감합니다.
제 음험 탓에 어찌 '잘 풀어보고파' 시마을 시폭(조폭?)에 가입했는지도 모릅니다.
바쁘신 와중에 열정 더욱 빛을 발하시기를~~
한드기님의 댓글의 댓글

시앙보르님에 비하면 새발에 핍니다. ㅎ
나이 들면 얼굴값을 해야된다 했듯
콧구멍은 청결히 해야겠죠.
고맙습니다.
현탁님의 댓글

하하하............
일 초내의 오르가름
너무 웃다가 떡신실.................ㅎ
한드기님의 댓글의 댓글

떡신실은 올려가심의 최절정 순간이라는디...(이쿠 19금으로 자꾸 가네)
읽고 웃어만 줘도
저야 감사!
사월 마무리 잘 하시구
싱그러운 오월 맞으샤~
예시인님의 댓글

햐,,정말 배꼽잡고 웃었는데요...
저는 이럴 때..참,,나하고 전혀 다른 사람을 만나다는 게 저는 무척이나 재밌고 신기하게 느껴지곤 하는데요..
참 풍요롭다는 생각도 갖게 됩니다....
그리고..시인님은 정말 시인의 감성을 타고난 분입니다..
어떻게 그것 하나 놓치지 않을까?
그나저나,,코털도 자라나요?..그건 몰랐네유?...엔돌핀이 팍팍 돌았습니다...
아마 암환자에게도 암치료법으로 내세워도 괜찮을 듯...감상 잘 하였습니다 ~~~~~
한드기님의 댓글의 댓글

배꼽에 낀 때도 후비면 안 돼죠잉?
냄푠분께서 코털 안 깎으시는가봐요?
시인의 감성은 뭘요. 택도 없죠.
그냥
좀 더 재밌게 살자 노력하는 거죠.
독일도 날씨는 좋겠네요. 부러브요~
김태운.님의 댓글

돋아나는 검은 흉책을 싹둑 잘라서 감추는 술수를 쓸 줄 안다는 말///
그래서 음험하다 하셨군요, ㅎㅎ
시인은 참 짖굳기로도 남달리 모범이 되는 직군입니다
그냥 그대로가 더욱 순수한 건 데 말이죠?
재미있게 놀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한드기님의 댓글의 댓글

오늘의 시란에 올라온 사진을 뵈니
제주 신사님이시더군요.
저도 그리 걸맞게 나이 들어가야 하는데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강직한 시 늘 잘 감상하고 있습니다.
건안하세요.
잡초인님의 댓글

ㅎㅎ
개도 안 키우는 코털
저도 청소좀 해야 겠습니다
저도 윗분들 처럼 재미있게 있다갑니다
감사 합니다
한드기님의 댓글의 댓글

그러고 보면 사람만 콧속털이 비집고 나오는 거 같죠?
차암 신기혀요.
변찮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