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승에 속하지만 정작 이승을 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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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승에 속하지만 정작 이승을 보지 못한다 / 테우리
어느 시인의 비어를 차용하면 내 눈은 거울 속에 비친 저승만 바라보며 산다
내 동공은 이승의 지구인 셈이다. 그러니까 저승은 지구 밖 풍경들
지구가 목격한 저승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오직 지금이다
내 몸엔 이승과 저승이 뒤섞여 있다
내가 뚜렷이 볼 수 있는 몸통과 사지는 저승에 있고 내가 볼 수 없는 모가지 위엣것들 대부분은 이승에 있다
다만, 이승의 등짝과 달리 저승을 기웃거리는 콧등과 머리카락 몇 개가 미처 제 소속을 모르는 미물들이다
난 이승을 보지 못한다. 물론 저승의 칼이 있으면 예외지만 내 몸 안엔 오장육부를 비롯하여 머릿속과 가슴속
마음까지 이승에 살기 때문이다. 내 입도 이승에 살지만 그 안에 세 치를 넘긴 혓바닥이 어쩌다 저승을 기웃거
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대충의 짐작은 저승의 허공을 휘젓는 구름의 동태를 보고 이승의 희비를 헤아릴 정도
뱉는 건 모두 이승엣것들이고 삼키는 건 모두 저승엣것들이다. 따라서 내 몸에서 내던진 말도 이승엣것이다
단지, 듣는 말은 저승엣것 저승의 입에서 나와 이승의 귀가 삼키므로 당연 저승엣것이다. 그러므로 저승의 말
을 잘 삼켜야 이승이 편안한 것이다
이승이 나이를 먹으면서 그 안은 점점 시끄럽다
몸속에선 저들끼리 치고받는 것 같고
비강에선 허드렛물만 들락거리고
이명에선 벌레들 아우성이고
구강에선 구린내 들끓고
아! 이승과 저승의 경계는 어디쯤일까
저승에 묻혀야 비로소 잠잠해질
이승엣것들.
댓글목록
김선근님의 댓글

저승에 묻혀야 비로소 잠잠해질
이승엣것들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의 실상(實相)이다 라는 구절이 있지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어쩌면 산다는 것은 도께비 불 같은 허상에 불과한 이승의 것에 현혹 되어
일희일비, 웃다가 울다가 사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비로소 저승에 가서야 잠잠해 질거라는 ......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명
잘 감상했습니다 갑장님
김태운.님의 댓글

막상 올려놓고 우물쭈물하던 차에
그 유명한 버나드 쇼의 묘비명을 들고 오셨군요
비관도 낙관도 아닌 어벌쩡한 경계에서
헤매고 있아옵나이다, ㅎㅎ
어느 시인의 비어를 훝다
살짝 흉내 내볼까 했는데
역시나, 역시입니다
오랜만니다. 갑장회장님!
해돋이1님의 댓글

시보다 더 큰 시를 공부하시니까 부럽습니다..
정말 좋은 공부를 하십니다.
의상,지눌,원효 이런 대선사들은 항상 선정에 드시니까 이승과 저승이 없습니다요.
항상 반야바라밀의 경지에서 마음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생각이 끊어진 바깥에 계시거든요..생사의 분별이 없는 불생불멸의 그 자리에서 항상 여여부동하시거든요.
구래부동명위불(예로부터 흔들림이 없으니,그 이름 부처로다)
누구나 이승에서 이승을 보지 못함은 당연한 것이라 사료됩니다
4불이 있는 데요
어불견수(물고기는 물을 보지 못하고)
인불견풍(사람은 바람을 보지 못하고)
미불견성(미혹한 사람은 성품을 보지 못하고)
오불견공(깨달은 사람은 허공을 보지 못한다)
왜 깨달은 사람은 허공을 보지 못하는가?
이게 문제인 것 같은데요
공무자성수연성,공무자성종심기(생)(허공이란 게 자성이 없어서 인연따라 일어난다,마음에서 일어난다)
이런 말씀이 있는 데..결국엔 마음이 허공을 만든다는 것입니다요..
그래서 저도 마음수양차원에서 잡다한 생각이 올라오면 즉시 그냥 주요경구의 염불을 외웁니다.
바로 퇴치가 되어서 마음이 참 편안해지고 좋습니다요.
오늘 날씨가 화창합니다..마음도 그러하시길요..
김태운.님의 댓글

어이쿠, 또 들르셔서 큰 도움주십니다
전 아직 불경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처지라 이러쿵저러쿵 말씀 한 줄 못 드리겠네요
아무튼 덕분에 큰 공부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무타불^^
오영록님의 댓글

오우~이거 참 좋은디요..
주말 잘 보내시구요..
ㅉㅉㅉㅉㅉㅉㅉ
김태운.님의 댓글

오샘님은 무지 바쁘신 모양새입니다
맨날맨날 주말 잘 보내라고 하시는데 쩐이 있어야지요
허기사, ㅉㅉㅉㅉㅉㅉㅉ
헤아려보니 7장
감사합니다
한드기님의 댓글

살아 있다는, 살고 있다는
화두를
끊임없이 탐구하시는 그 열의에
저는 그저...숙연할 뿐입니다.
잘 감상하였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말 같잖은 말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중인들이 하는 말
흉내만 내다 말
허무맹랑한 것들이지요
감사합니다
시앙보르님의 댓글

//이승이 나이를 먹으면서 그 안은 점점 시끄럽다
몸속에선 저들끼리 치고받는 것 같고
비강에선 허드렛물만 들락거리고
이명에선 벌레들 아우성이고
구강에선 구린내 들끓고
아! 이승과 저승의 경계는 어디쯤일까 // 깊이 새겨두렵니다. ^^
신기합니다. 어젯밤, 눈에 대해서 좀 생각을 했지요.
볼록 수정체를 거치면 상은 내부 '중심와'에서 거꾸로 된 상이 맺히는데,
이걸 뇌가 뒤집어주어서 도립상을 보는 거, 모두들 아시는데요,
'뒤집어진 상'과 ' 정상인 상' 이렇게 두 가지 차원의 상이 혹 두 세상은 아닐까, ㅎㅎ
김태운 시인님의 상상력과 더불어, 감탄하고 갑니다. ^^
김태운.님의 댓글

시앙보르님, 그 경계가 어디쯤일까요
거울 앞일까요?
왼쪽과 오른쪽
정과 반
이승과 저승
글쎄요?
그 답은 결국, 글쎄...
두무지님의 댓글

그러네요.
이승이 무얼까요?
깨우침이 경지에 도달 하신 분들의 세계일까요
그 경계가 궁금 합니다.
이승에서 나이듬은
초로한 말년이라기 보다
세상에 경지를 조금은 터득한 시기?
잘보고 갑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이승은 전생이고 저승이 되려 이승일거라는 생각입니다
황당한 생각으로 우물쭈물거렷답니다
감사합니다
해돋이1님의 댓글

이런 말씀이 있는 데
생사열반상공화(생과사,열반은 다들 함께 더불어 있다)
이승과 저승과 극락은 따로 따로 있는 게 아니고 현재에 함께 있다고 해석해도 될 것같습니다요..
김태운.님의 댓글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