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다 살아나니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죽었다 살아나니
서기 이천오십년 오월 팔일
더 이상 피를 돌려서도 안 되는 나는 뇌복제 당하였는데
오십일년 동월 동일에 우리 큰 딸이 전원 접속해서 나를 불러낸다
딸: 아빠, 제 목소리 들려요?
나: 그럼, 엄마 닮아 이쁜 우리 딸 목소리도 생생하네.
딸: 호호, 저 재생세포 주사 몇 번 맞아 피부도 더 좋아졌어요.. 아무튼 반가워요 아빠. 그리고 꼭 드릴 말씀이 있어서…
나: 그려 우리 이쁜이, 뭔데?
딸: 엄마 재혼시켜 드리려구요. 맘에 맞는 차분하신 신사 분이 한 분 있거든요. 엄마도 맘에 들어 하시는 듯 하고요.
나: . . . . !
딸: 아빠, 어때 괜찮죠? 엄마도 사시는 동안은 더 행복해야 되잖아요.
나: 아 나 참, 내 죽은 지 얼마 됐다고, 뭐가 그리 급해? 나랑 오십 년 넘게 살아온 거이 아무 것도 아닌 겨?
딸: 아빠, 돌아가신 지 이미 만 일년이에요.
나: 내가 어이 아니? 오랜 만에 전원코드 꼽고 물으면서, 내 죽고 처음 한 달은 자주 오더만… 내 감정은 생각해봤니? 차라리 내 뇌를 지워라, 솔직히 피가 거꾸로 솟는구나.
딸: 감정 가라앉히세요, 아빠. 알았어요. 이젠 자주 들릴께요. 오늘은 말씀만 드리려 했어요. 그럼 내일 뵈요. 내일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이야기 하자구요.
나: 야! 전원코드 뽑지 말고, 나 죽은 뒤 찍어둔 동영상이나 좀 틀어놔 봐. 내가 뭐 들여다봐야 알 거 아니겠니.
딸: 알았어요. 내일 있는 대로 준비해 올께요. 아무 것도 없이 빈 방만 지키면 우울증이 와서 정상대화가 안될 수 있다고 의사선생님이 그랬으니 오늘 하루 밤만 더 푹 주무세요. 그럼 이만
나: 야, 그만 그만해, 안 오는 잠을 어찌 또 청해. 스위치 내리지 마~ 응?
스위치 내리고 나가는 딸 흐느끼며…
‘피도 안 도는 기계가 피가 거꾸로 솟는다네. 괜스레 뇌복제 시켜드렸어 정말.. 내일 안 들릴 수도 없고 휴~
엄마 어쩌면 좋아’
댓글목록
예시인님의 댓글

가상의 세계, 하지만 결코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지지 않습니다.
컴퓨터로 인해 , 즉 하드에어, 소프트웨어라는 대상으로 ..
인간의 영혼에 대한 개념이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이 된 것 같습니다.
너무 소름이 돋는 듯하지만,,묘한 기분..그래도 참 마음에 듭니다...참 좋은 발상입니다..
한드기님의 댓글의 댓글

러시아 과학자가 벌써 준비하고 있다네요.
그냥 주저리 함 했어요.
소름까지야 ㅎ
그리고,
유치원 선생님 가타요 고선생님은 ㅋ
시앙보르님의 댓글

50년을 앞당겨 사십니다. ^^
언젠가는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일부분은 이미 현실이 되어 모르는 사이 우리를 긁어대지요.
대표적인 예가 '가상현실'과 첨단 감시장비라고 봅니다.
다른 분야에도 많지만, 제가 상관이 있는 분야라서 섬뜩할 때가 많습니다.
사람들은 첨단에 열광하지만 저는 '첨단' 머리가 지끈지끈하지요.
시폭이 넓은 시편, 새로운 분야를 좀 더 치열하게 열어주시길 기대합니다.
(어제 시인님 '코청소' 땜에 콧구멍 후비다 피 터졌습니다. 콧솜 하나 보내주세요. ㅎㅎ)
한드기님의 댓글의 댓글

아! 반가운 우리 시앙보르님,
농도 자꾸하믄 식상함므다. ㅋ
오월에는 좋은 색 빚으시길 바라오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