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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호우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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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88회 작성일 16-04-29 19:52

본문

 詩, 호우주의보 / 테우리




  이 섬의 하늘로 장마군단이 침공할 때면 영봉에서 뛰어놀던 백록은 영락없이 시커먼 숲 속으로 종적을 감춰버린다

한창 열정을 쏟아 붓던 태양을 피해 먹구름에 숨어살던 비룡들 정체를 드러내기 무섭게 작정을 하고 바다로 뛰어든다

 

  날개들이 흠뻑 젖어 산으로 곡두박질 친 비룡들 자그마치 아흔아홉 수가 넘고, 그 기세에 눌린 천하의 오백나한들조차 맥을 못 추스르고 기진맥진한다. 산자락을 타고 골짜길 파고드는 부지기수의 비룡들 물칼에 찢긴 그들의 날개는 어느새 해룡의 지느러미가 된다. 부림치며 날뛰는 크고 작은 악바리들의 발악, 만만한 아랫세상 죄다 할퀴어버릴 심보로


  이들은 바다가 가까워질수록 고래고래 고래를 지른다. 고래마저 통째 삼켜버리겠다는 악다구니들의 선전포고, 지독한 아우성의 아가리들, 저들의 횡포는 섬을 할퀴는 건 기본, 몽땅 삼키고도 한참 모자라겠지. 내친김에 와락 바다로 뛰어드는 순간, 철썩철썩 성난 파도와 한 통속이 된다. 보란 듯 아귀로 돌변하고 만다. 지옥의 사자라며

 

  이 난리를 말리려면 설문대할망 돌하르방은 이미 늙어버렸고 멀리서 힘깨나 쓰던 포세이돈이라도 초청해야 쓰겠다

  이 참에 저놈들 잘 다스려 지룡으로 양식하면 백성들 마실 천연생수라도 만들 텐데


  정치깨나 한답시고 하르방 할망을 흉내 내는 청맹과니들이여!


  손톱만치도 그럴 생각이 없다면

  이 섬을 아예 태워버리든지

  적도의 사하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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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profile_image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높은 시상!
감탄 밖에 달리 논할 수는 없습니다.
장마군단이 밀려오니 하얀 백록이 구름위에서
노니는 모습이 선 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답글이 많이 늦었습니다
어젠 왜 그렇게 결혼식이 많던지...

날씨도 화창하던데 곧 여름이겟다 싶어 삐딱하게 흐릿한 글로 억지를 부렷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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