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Cut), 그렇게 남겨지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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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Cut), 그렇게 남겨지는 것들
마른 풀 위에
쓸쓸히 남겨진,
햇빛
적막한 어둠 속에
부서지는 달빛
고요한 별빛처럼
말없이 가득한,
눈망울
처마 끝에 매달린
빛 바랜,
낮달
깊은 가슴 속에서
소리없이 찍히는,
흑백사진
메마른 몸으로
붙들고 있는,
영혼의
홀씨
그네타는,
미끄러운 공포
추락하기 전의
아찔함
그러나, 싫지않은
의문부호 달린,
체념 속의
믿음
윤기(潤氣) 잃은,
외로움의
평화
앰뷸런스에 실려간,
희망
지독한 두통 위에
찍힌,
선홍빛 도장
깊은 침묵을
큰 소리로,
듣는 사람
밟을수록
푸르게,
일어나는 풀
가슴 속
용광로에서,
흘러 내리는 말
생각난 듯
밤새워,
조각난 영혼을
맞추는 사람
- 안희선
[Memo]
문득, 문득, 떠오른 짧은 생각들을 하나로 엮어 보았다
짧았던 게 늘어진 고무줄처럼 길어지기는 했는데
여전히 생각은 짧고 얕다
시적 치매가 온 것도 같다
Barcarole
댓글목록
시앙보르님의 댓글

'그네'와 '앰블런스' 와 곤청색 폰트, 일어나는 풀처럼 기력이 일어섭니다. ^^
계절을 타는 체질이 아닌데 며칠 멍해서리, 우두망찰, 벚꽃 중독증인가 싶었거든요.
다행히 병원 간 기록은 없는데, 누가 그러다가 한방에 '훅' 간다고 협박(?)을 하더이다.
막힐 때는 역시 푹 쉬는 게 최고라고 봅니다.
단어 하나가 맴돌이할 때, 조금 밀어두면 다시 덤벼들지요.
내가 단어를 희롱하는지, 단어가 나를 업신여기는지 원...
원로 시인님들 말로는 치매는 없고요, 긴장은 정해진 분량이 있어 초과하면 막힌다고,
아윈쉬타인 어르신이 그러더군요. ㅎㅎ
안희선님의 댓글

저는 현실계에서도 명백한 치매가 와서
문득, 문득, 떠오르는 생각의 단편 斷片들을 메모해 놓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립니다
마치, 내 소셜 인슈어런스 넘버나 집 전화번호가 생각나지 않는 것처럼..
심지어, 어떤 땐 내 이름까지도
저야, 뭐 이런 처지에 한 방에 훅 갈 일은 없겠지만서도 (이미 오래 전에 갔기에)
틈틈이 메모해 둔 것들 엮어 보았습니다
- 내가 나를 잊기 전에, 그런 내가 메모한 사실조차 잊기 전에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시앙보르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