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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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지나간다
쥐똥나무울타리 연둣빛 하늘에서 펄럭이는 과자봉지, 웃자란 가지위로 부드러운 햇살이 지나간다.
어린 녀석이 밤을 지새웠을 아파트복도, 좁은 창틀에 구겨진 담배꽁초 그 위로 싱그러운 아침햇살이 지나간다.
통통 길바닥을 구르다 배수구 턱에 걸린 테니스공, 움푹한 곳으로 새치름한 햇살이 지나간다.
낯선 귀퉁이 덩그마니 숨을 고르는 빈 카트, 반쯤은 기울어진 등뼈위로 안쓰러운 햇살이 지나간다.
열기 식은 긴 벤치 오도카니 미에로화이버 병, 이슬 맺힌 가슴으로 계면쩍은 햇살이 지나간다.
아파트그림자를 지우며 서서히 지나가는 햇살, 발목이 따뜻해진 사람들이 햇살 횡단보도를 건너간다.
댓글목록
시앙보르님의 댓글

묘사가 마음에 듭니다.
한폭의 정갈스러운 그림, 빛의 동선을 바라보는 시선이 무척 곱습니다.
놓치고 지나가는 사소한 것들에게 위안을 받는다는 건,
어쩌면 '미움 받을 용기'와 버금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
목동인님의 댓글

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주위의 사소한 것들에 위안을 받는 것' 시를 쓰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확장을 못해서 탈이지만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