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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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그리기
아무도 없는 벽에 그림자가 서린다.
횐 담벼락에 낙서를 하듯
그의 그림자는 서툰 모습을 하고
홀로 서서
쉼 없이 벽을 기어오르는 담쟁이 넝쿨이다.
이름이 없기에
그는 그림자만 존재하고
검은 그림자 뒤에 숨겨진
한마리의 은빛 비둘기는 그의 전부이다.
고요한 강물이 흐르고
그는 그물을 던진다.
물때새 한마리 강물을 박차고 날아오른다.
오늘도
그는 그림자 그리기 놀이를 한다.
누구의 그림자인지 아무도 묻는 사람이 없다.
노을이 지고
아이들은 집으로 간다.
집 잃은 길고양이가 우는 깊은 밤,
낮에 그린 그림자 하나
그의 빈집을 채운다.
그의 그림자 그리기는 쉬지 않는다.
댓글목록
시앙보르님의 댓글

그림자, 그림자 그리기, 쓸쓸합니다.
실체가 사라진 그림자의 깊이가 먹먹하고요.
어떤게 진짜 자신인지, 마지막 쉬지 못하는 그리기, 인상적입니다.
저 같은 경우, 어쩌면 자신을 찾고자 졸시를 끼적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편한 밤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