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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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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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소문만이 무성히
싹을 틔우는 봄날
줄지어 선 것이
캐릭터 소녀인형 같이 귀엽지 않아
이쁘지
이쁘지 않아
떠도는 독백이
바퀴달린 여행가방에 실려 나갔다
그녀의 꽃들만 남았다
어떤 바람이 조심스레
연분홍 머리을 쓰다듬는다
나는 월미도 여객선의 새우깡 같이
던져지고 너는 날아 오른다
어제만큼이나 나이를 먹었다
저 아이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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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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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이 얇다
손댈 수 없는 전제조건이다
전철길 다리 아래 수위 표지는 긴 드레스를 입었다
기어오르는 칙칙한 잉어의 등이 반짝인다
내 마음에 담긴 당신의 이미지를 당신에게 전해 줄 수만 있다면
강바닥에 말라가는 햇빛 속의 조약돌들과
맞은편의 모래섬 끝자락에 사소하지만 사랑스런 들꽃으로 필 것이다
자신들의 보잘것없는 일생을 향기로 소개하는가
가슴에 팔짱을 걸고 등을 기댄다
핏줄기들의 쉼터가 심장일까
제 나이보다 지쳐보이는 꽃들이여
또 다른 세대의 모기와 파리들, 나비가 생겨나고
하루살이 토네이도가 팔짱을 풀게 만든다
귀여운 햄스터라도 되는 양
징검다리에서 가위 바위 보를 하면서 멀어졌다
가까워지는 연인을 본다
귀에 못박았나
귀걸이가 반짝거린다
저들에게 한 잔 할까?는 니코틴 일까, 카페인 일까
심장이 한 번 뛰는 정도의 시간이였다
너한테 소비할 품위 따위는 없는 걸
번호판을 가린 모텔은 왜 떠올리는 걸까
밤바람이 방 안을 휘젖고 지나가며
별들의 긴긴 여행냄새를 실어다 준다
잠이 베푸는 꿈속으로
이른 아침 쌀을 씻고
행주를 쥐던 그 손가락으로
내 몸 위에 검은 뚜껑을 덮는다
내일 밤에도 이 모든 것들이 여기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없을 것이다
당신은 창문에 코를 붙인 채
아침은 식탁을 타고 흘러가겠지
침묵이라는 부드러운 물질을 두르고 얌전히 앉아 있겠지
피부의 수분을 앗아가는 여기 슬픔 하나
커튼을 치고
자신의 삶을 사는 조약돌처럼 작고 매끈한 손을 만지작거리며
비명은 자신의 가슴과 머리에 그대로 부딪쳐 왔을 것이다
너무나 맑아서 슬퍼지는 얼굴 하나
MRI 동굴 속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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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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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언제나 비스듬이 내려온다
그 상식을 디지털 저울에 달고 싶군요
1.0 볼펜볼 만한 돋보기 촛점 아래
불타는 검은 개미처럼 바라본다
발딱 일어섰네
젖가슴이 크니까
뭘 묻어도 깊겠어
로켓 꽁무니 불꽃으로 스테이크를 굽고 싶네요
노란 꽃과 하얀 별을 흘리며
온도계가 계절을 읽어간다
하늘 아래 첫 아파트 타워팰리스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기다릴께
버들고리 흔들의자에 흔들리는 것은 별들만이 아니다
낮게 깔리는 단단한 굽소리
어둠을 배경으로 삐딱하게 삐걱거린다
지구본도 23.5도 기울어 있다
갈빗대 창살 아래 두근거리는 심장 한덩이
늑대는 사냥감의 내장을 씹을 때까지
절대 멈추지 않지
가장 그리운 것은 가장 작은 것들이다
나를 안아주는 팔의 곡선
흘리고 간 귀걸이 한쪽
웃음을 파는 여자는 개그우먼이다
풍선 칼을 접어주면 당신은 뭐에 쓸 꺼야?
당신 배 위에서 풍선 방패를 두들기겠어
바이킹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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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 아랫집 여자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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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이 새겨진 남자의 창문이 열리고
동화 속에 얼굴들이 밖을 내다본다
골목길 아래로 흐르는 길모퉁이 가로등
브레지어 색깔이 선명한 브라우스는
가던 길을 멈추었다
뜨개질 눈을 하고
눈물이라도 훔치는지
불쑥 끝나버리는 꿈들처럼 끝난다
골동품은 시간에 대한 존경이지
얼마나 허술한 물건이였을까
자기 시대에 소비되지 못한 노처녀는,
빌딩 아래쪽에 응고된 영원한 그늘 사이로
찾아드는 작은 크롬빛의 빛조각들
길고양이와 키 작은 소나무 몇 그루는
태양이 도착하는 시간을 기억해두고
그 시간을 천국으로 삼고 기다린다
하지만 머무는 시간은 너무 짧았고
그래서 실체가 아니라
아름다운 기억이 찾아오는 것처럼 느꼈다
전용 운전기사가 딸린 검은 승용차가
그늘진 그 거리에 대기하고 있다
남자는
콘크리트 믹서기 같이 제자리를 돈다
잠시 잠깐 물고기처럼 입을 다물고
저 천국의 놀라움이 아가미에 넘친다
빌딩 골짜기는 벌써 그늘이다
옥상에는 낮달이 걸리고 갈망도 반쯤 시들고
일상은 다시 실체를 갖추기 시작한다
무엇 때문에 서성이고 있는거지?
아가리 닥쳐!하면서 미래는 없어도
과거가 있는 집으로 달린다
오후가 저녁으로 바뀌었다
무대 조명 같은 엷은 달이 떠 가고
관광객이 사진에 담고 싶어할
그런 그림 같은 가난이 기다릴지라도
샛길은 더 많는 샛길로 갈린다
그래도 누군가의 소중한 집이다
가로등을 쳐다보면
누구나가 울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늘엔 별 하나
자리를 비우고,
사각팬티 보다 짧은 핫팬츠가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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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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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계참의 비상구 불빛처럼
늘 만나지만 늘 모른 채 헤어졌던
그늘진 담벼락을 뚫고나온 민들레
너무 맑아서 슬퍼지는 얼굴처럼,
노란 한 송이,숨결이 환하다
오후 7시에라도
그건 그 나름의 신선한 아침
길쭉하고 가느다란 벽면 TV 속에
태양은 복숭아 씨처럼 누워 있다
저 벽은 참 비싸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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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 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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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여행한다
4월을 밀어 올려, 지난 10월에 올려둔 다락방
당신의 먼지 쌓인 바겐스탁 샌달을 내린다
당신 뒤에는 거대한 동화의 나라가 있다
이 집에 새로 들어온 물건처럼 쳐다보는군
연필에 침은 충분히 묻혔어?
분노의 신은 포도알을 밟아 포도주를 만들어내지
당신은 왈츠를 추듯이 한 바퀴 돌아 본다
마을은 조용히 어두워지고 사람들은 잠든다
마법이 깰까 봐, 나는 전등 대신 촛불을 켠다
포도알 프레임이 좁아지고
눈꺼풀 뚜껑을 닫아야 하나
골프공 속에 담긴
반원의 포물선처럼 솟구친 달빛 아래
동화의 숲 그늘이 돌아다니는 마을을 지나
깊이를 수평으로 누이며 와인잔을 턴다
당신이 모으는 건 껍데기 뿐이야
잔디밭에 줄넘기 줄을 꽃뱀처럼 버려두고
실로폰처럼 나무판이 깔린 포치에 앉는다
유쾌한 말씀 놀이에는 늘 체념이 공존하고
속도를 품고 있는 고속도로를 내려다 본다
딩동댕 딩동댕 왔다 갔다한다 당신은
내가 안 보이니, 그만 좀 멈추지 그래
낮이면 태양이 겉돌고,밤이면 별들이 겉돈다
로드스타는 저 중심에 혼자다
봄 한 가운데에서 겨울의 일부를 보는듯 차갑다
시간은 이상한 것이고
사랑은 그 제곱으로 더 이상하다
하였튼 어쨌든, 아무튼
별을 싼 검은 페이지를 만난다
먼 곳을 쑤셔보는 침묵의 눈동자는 깊다
정비공장에 간 우리들의 상식으로는
영원히 얼지 않는 천년의 봄이다
여기 벽난로 별장에서
마지막 연기가 숨을 그친다
검은 목탄빛 강물을 따라
멀리 희미하게 줄지어선 자동차 불빛들이 스친다
이제 당신과 나는 석 달 전처럼 서 있다
어쩌면 3세기 전이였는지도 모른다
늘 오는 봄날을 다시 떠올리겠지
100만년 후에 지구가 식어가도
당신의 아마에 입을 맞추고
당신의 흩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겠어
크리스탈 풍경이 흔들린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내 안에 당신은 늘 불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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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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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이 파란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눈길이 닿는 저 끝까지
돈이 넓혀준 넓이를 순찰한다
크롬빛 눈알을 가진 선글라스를 끼고
그리고는 살갗이 달력처럼 벗겨지는
5월의 하얀 뺨과 이마를 쓱 문질러 본다
모서리가 살짝 접혀진 페이지를 펴듯이
기억은 양쪽으로 화단이 있는 하얀 자갈길이다
참새들이 작은 다리를 들어 지붕에 내려놓는다
훌라후프가 당신의 허리를 돌리고
나는 머리를 돌리는 그런 걸 찾으려 한다
물결은 반듯하게 펴지는 날이 없다
물주름이 물푸레나무를 접었다 편다
곧 5월이다
사람들은 머리띠를 붉게 묶고
계절은 땡볕을 풀어 낼 것이다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의 쑥물처럼
그냥 바램이다
투쟁이 투정으로 어리광을 부리는 시대
애초부터 촉촉히 젖어서 나온 물티슈처럼
젖어 있는 두께를 소유했을 때
눈물의 두께는 깊이가 되어 뒤돌아선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깊이를 기피한다
당신의 눈물은 얼마나 두꺼운가?
나는 詩를 쓴다
그리고 물티슈 한 장의 두께를 낮춘다
말없는 눈으로 당신의 강물은 나에게 묻곤 한다
나 없이도 살 수 있겠어?
모든 사랑은 종말의 예언이 아니였던가?
그렇게 되묻는다 나는
지붕의 짹짹 소리는 내 귀엔 이렇게 들린다
세꾸르
세꾸르
언제터인지, 어머니의 낡아빠진 비상금을 앙물던
옷핀 대가리가 파란색 플라스틱로 바뀌어 있었다
이게 이뻐서,,,,,,
때로는 쑥스러운 손가락이 브러시가 되고
그 말씀은 나사못이 되어 높이를 줄이며 박힌다
정오다
아카시아 까마귀 둥지에 잠시 해가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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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비, 3,000원도 없었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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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리, 저 거리
거리 거리를 참 싹싹하게 살폈었다
오래전 파도가 버리고 간 빈병처럼
버려진 꽁초는 공짜였지만
수치심을 지불해야만 했었어
한 모금도 안되는 핫팬츠
두 모금이 되는 치마바지
담배값도 오르고 경제가 시들할때
무한 모금이 되는 롱 스커트은 로또였지
한몫 수확할 기회를 주시옵소서
보도블럭을 가로질러 가다가
말라깽이 미이라가 된 지렁이, 그 곁에
줄지어선 개미들이 제 본능을 충실하더군
아멘,을 찾을 정도였어
흡연에 굶주리고 허무에 배불러터진
나는 개새끼였지
동글고 따뜻한 잠을 청하던 시절이였어
네가 커피값을 낼 돈이 없다면
나 혼자 마실께
기쁘다고 말 할 수 밖엔 없겠네, 아이쿠 뒷골이야
혈관이 터지면 치료비가 엄청날 거야
예방차원에서 내가 내 줄께
메뉴판까지 있네
별이 다섯인데, 당연히 그래야지
스타벅스 아가씨는 별이 하나고
체 게바라의 별도 하나더군
우리들의 어린 왕자 별은 모르겠고
좌우지간 우리처럼 원수겠네, 원쑤
작대기 하나로 만족해 나는
개종할까봐
너는 종교도 없잖아
어려웠던 시절 하나님 아버지였어
알라,로 갈아 탈 까봐
왜? 혼돈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일부다처제잖아
벌써 그러고 있는 건 아니고?
뭐, 뭐야 메뉴판을 기념품을 가져갈 셈이야, 뭐해
동그라미가 좀 이상해서
태아처럼 웅크린 무일푼의 훌륭한 특권도 있었다
어찌 어찌 그것도 작년이 되고
당신은 낯선 침입자의 자격으로
대뜸 결혼했니? 물어 온다
오줌 누는 용도로 만족하고 있지
넌?
작대기가 너무 부실해서 탈이야
이제는 돈주앙에서 벗어났나 봐
돈 줘, 잉
그거 말이야
밤이면 베개를 탁탁 때려 모양을 바로잡듯이
그늘진 발바닥 쿠션을 느낀다
페르시아 양탄자는 그대로다
신밧드의 모험 같던 그 시절, 우리들의 말투까지
우리는 그럭저럭 남들과 달라지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들 속에 숨어
갈등의 고개를 계속 넘어간다
당신은 오래 살 거야
당신이 나를 불태워
납골당에 밀어 넣어주면 좋겠어
당신도 말한다, 네 말이 그 말이야
18세기 로코코의 우아한 가벼움으로
당신이 등을 돌린다
혹은, 참나무 장작불 위에
쇠꼬챙이에 꿰인 통닭이 기름방울 세례를 떨구듯
부드러운 오후가 날개를 접고
끝을 감춘 시간 속에 흐른다
세상의 표정과 세상의 무늬가
발걸음 속에 뭉근히 흘러내려
깊어진 높이를 채운다
어느 정도 지나야 詩가 될까
너와 나는 우리가 되어 걸어 갈까
*
*
너는 떠나도,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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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구멍에 술병과
가슴에 쑤셔박은 니코틴 연기와 함께
마스카라 눈물처럼
멍허니,
먼 강둑을 바라보던 해바리기는
아놀드 파마 양산과
레이스 달린 노란 햇살에 씻겨 나간다
침 뱉으면 닿을 것만 같은 거리에
너는 그렇게,
그리고
검고 무한한 우주를 배경으로
먼 강둑은 제 모습을 감춘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느슨한 시선 속으로
논리는 비논리에서 나오고
내 요럴 줄 알았어 !
몇 광년이나 걸리는 심부름을 다녀왔는지
별 하나,
어둠 속에 눈물처럼 도착한다
너는 정말이지, 개자식이다
그렇게 나타날 것만 같은,
*
이 여자가 뭐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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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 서랍장에 몇 달이고
뭉쳐져 있었을 길이 길게 풀어져 있다
이 세상에 자신만의 공간을 찾은 듯이
여자의 머리 위에는 아름다운 집중이 빛나고
바로 눈앞에 아찔하게 내려다보던 남자도
친절과 분노, 행복과 슬픔
사랑과 우정까지도 모두 다 담을 수 있다는 듯이
저 작은 구멍을 쏘아보지만 처음부터 다시
여자는 이걸 다시 싹싹 문질러야만 했다
포크와 나이프로 섬세하게 콩알을 집어내 듯이
어두침침한 목덜미에 뜨거운 것이 기어 오르자
여자는 Y셔츠 단추알 구멍만하게 꿀꺽, 또 삼켰다
그러나, 여자의 혹시나는 역시나로
다시 두 손을 무너뜨리고
자꾸만 머리카락을 쓸어넘긴다
다시 하얀 전등빛 가까이, 여자는
척추뼈를 곧게 세우고
그 구부러진 길을 빳빳하게 핥아야만 했다
거기에 매끄럽게 집어 넣기 위해서
*
행복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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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공기 주머니를 꼭 눌러주듯이
진통제 같이 방울지는 얼굴들을 빨아들인다
그리고 이렇게 검게 쓴다
두 손등을 살짝 허리께에 올려두고
아이처럼 벌을 줄까
말 안 들으면 저녁이라도 굶길까
그건 벌이 아니라 상이였다
당신은 대단한 요리사였어
알프스 공기의 시원함을 이어주는 호스줄은
파도가 잃어버리고 간, 가느런 생명을 찾아
갯바위 사이를 훑어보던 그 섬을 떠올리게 한다
싱싱 야채코너의 텃밭에는
바코드가 뜯겨지며
할인값으로 폭락하는 피망처럼 쳐진 노을이 지나고
나는 당신의 섬을 궁금해 하며
시들해진 마스크를 뜯어낸다
바라나시 냄새가 몰려든다
싸우는 게 아니라 대화야
어른들은 가끔씩 이렇게 대화하지, 우리 예쁜 귀염둥이
뽀뽀해요, 가서
나중에 할께, 지금은 네가 더 가까우니까
너 한테만 해 줄께
엄마가 이리로 와 봐요
대충 스쳤었다
귀를 비틀어서 끌고 가던 큼지막한 아들들은
암흑가로 사라지고 딸들은 남자들에게 밤을 퍼준다
귀엽던 뽀뽀 심판관, 그 막내딸은 가출을 꿈꾸고
숨 막히는 완만한 압력은 충분히 큰 덩이가 되어
첫 입맞춤이 갈 곳을 잃어 멈춘, 곳
그곳을 찾는다
발가락 끝으로 찍어보는 수영장 온도 체크 같이
몇 바구니 과일 깡통들이 둘러앉아 녹쓸어 가는 밤,
어느 영원한 순간 속에 살고 있을,
당신을 떠올린다
셔츠 안쪽 레벨에 스페어 단추알 같이
낯선 병실, 비밀스러운 어둠 속에 돌아누워
아직도 당신 안에 내가 매달려 있을까? 하며,
*
엘리베이터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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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와 레몬 향기로 압축되는
가벼운 눈인사를 나눈다, 서로 쉼표의 음표로
그리고 우리,라는 한 덩이 이름으로 추락한다
우리는 왜 은밀하게 웃는 걸까
볼펜 스프링처럼 차곡차곡 접히면서
카운트 다운은 시작되고
42, 41,,,,,,
가벼운 진동으로 떨리는 생각을 써 내리지만
인기척의 헛기침 같은 일상의 입술을 통과하지는 못한다
귀퉁이 구석에서 속삭이는 바흐를
나는 어둠에 입혀진 색깔로 본다
빛 위에 악보가 그려진 어두운 음표들이
분리되고 재결합하면서
어딘지 조용한 곳을 찾고 싶어지는 플루트
나선의 패턴을 그리며 회전한다
괜한 어지럼증이라니
세상의 70억 인구 중에
당신에게만 저녁이나 함께 하자는,
애처러움으로 다시 호흡을 끊고
층층이 눈웃음만을 깜박일뿐
손목에는 초침의 진동이 째깍이며 지나간다
별들은 서로가 멀리 떨어져 산다
서로를 알기 위해
맞닿을 필요가 없다
멀리서 서로를 향해 반짝이니까
그녀도 그저 나처럼
멀리서 사모받기를 바라겠거니
25층 문이 열린다
검색창을 애틋하게 바라보듯
제에에~ 발
힐끗
그건 누구 것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
팔랑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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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 그늘 사이로
조각조각 스미는 동그런 빛이 출렁인다
일광욕을 즐기던 나비도 다시 팔랑거리고
롯의 아내처럼 오후의 시간은 방향을 바꾼다
결혼이랑 연애는 한참이나 다르지
당신이 고개를 돌릴 때마다
뭉게 구름, 바이올린이 풀어지고
머리카락이 살짝 들리면서 드러내는, 고운 목선
손으로 만든 크리스탈 와인잔의 불완전함과
소금 기둥의 불규칙한 숨결을 만지작거리며
검지와 엄지를 입술 위에 얹는다
강물은 냇물을 한데 묶은 파란 리본이다
이 순간이 못 견디게 그리워질꺼야
그 예쁜 입술을 지금 닫지 않으면
물리력을 동원할 수도 있어
그늘 아래 시퍼렇게 솎아진 살구알처럼 구른다
그녀는 차가워진 눈으로 묻고 있다, 어떻게
물론 내 입술로
눈은 슬프고 마음은 따뜻해진다
다음 주도, 내일도 안 돼, 바로 지금이거든
따끈따끈한 파스텔 그림 속으로 뛰어든다
낮은 각도에서 보는 강물의 색감은 또 달랐다
한 쌍의 나비는 강물에 젖어 흐르고
5월의 파란 날개는 흔들린다 바람 따라
눈가에는 와인빛 노을이 익어 있다
*
아파트를 나온 휴일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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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지어선 할인매장의 쇼핑카트처럼
북서울 꿈의 숲으로 가는 휴일이 반짝인다
파란 물탱크를 등에 매고
노란 방아쇠를 쭉쭉 당긴다
머리 위에 구불구불 맹공을 퍼붓던 햇살을 향해
물총이 그리는 아이의 포물선은 곱기도 하지
저 향기로운 먼 나라
그 꿈의 숲 속으로
빨간 하트 에이스처럼 마법의 융단과
웃음 바구니를 챙겨든 여인의 어깨 위에도
물 오른 느티나무 가로수 길을 적신다, 반짝반짝
가장 자기다운 표현을 찾은 것인지, 동글동글
파란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빛나고
둥글 납짝해진 사내의 그림자는 휘파람을 분다
목마를 태운 꼬마 숙녀의 튀튀가 날리면서,
*
란제리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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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큰 속옷을 입었나 했지요
키보드 스프링 탄력 같이
눈으로 몇 번이고 쳐다 봤지요
애초에 찢어져 나온 청바지와
뭐 별다를 게 없어 보이데요
언제 어디에서나 앉아만 있어서
서 있는 날이, 드물 법한 늙은이가
슬슬 막걸리 잔을 돌리며
느티나무 눈웃음을 섞고 있다
*
브로콜리 한 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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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덩이 언덕 위에
5월의 푸른 열기가 쪼개지는 오후
이 가지 저 가지로 여행을 가는 티티새
태양초 초고추장처럼
붉은 노을길을 따라 풀풀 풀어지며
뚝뚝 떨어지는 새소리가 시큼하다
맞은편
아름드리 느티나무를 바라보면서
샌드페이퍼처럼 까칠 까칠한 혓바닥에
한 남자가 군침을 문지른다
*
근데 잠깐만요,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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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룻밤은
자기 집으로의 망명을 허락해주겠다는 선언이
투명 수채화의 가벼운 스케치 선처럼 지나간다
아니면, 춤이나 출까
틀리면 내가 이 뾰족한 발로 차 줄께
서커스 바다사자가 콧잔등에 비치볼을 떠올리듯
동그란 보름달이 떠 있다
결혼은 숙취 같은 거야 하면서도
눈 깜짝이야 하는 남자의 화무 십일홍 앞에
여자는 지지리도 오래 간다는 백일홍을 꿈 꾸는지
꿈의 무지갯빛은 까마득히 먼 어딘가로 흐른다
지금 저 달과 눈싸움 하는 거야
바닷가 절벽에 내몰린 나그네 쥐들이 떨어지듯
멀리서 흐느끼는 119 사이렌 소리가
안개 속을 더듬거리며 지나간다
*
OK 요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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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뭉치에 자기 뿌리를 몸에 두른 채
End로 굴러가는 회전초처럼
서부 영화의 태양이 굴러 간다
사막의 인생이 발길을 멈춰 쉬는 곳,
6월의 버찌 검버섯이 가득한
아름드리 벚나무 아래, 또 한번
고리버들 흔들 의자가 비워졌다
나뭇잎 사이, 붉은 석양빛을 엮으며
고립되어 풍성한 여운에 잠긴 듯,
삶이라는 편견의 낡은 옷을 벗었다
*
어디 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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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리 소각장,
폭이 좁은 리본 같은 눈동자 위로 날린다
시공간이 완전히 내 차지다
아주 잠깐 동안
은근히 암시하는 심오한 암흑빛을 띠면서
추천0
댓글목록
시앙보르님의 댓글

화초와 팽목항의 비극, 아닌가 짐작해봅니다.
자연스러운 연에서 저력을 느낍니다.
// 나가고, 남고 // 대비에서 한 수 배우고 갑니다.
편한 밤 되십시오. ^^
임동규님의 댓글

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