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각 痛覺 은 어디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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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통각 痛覺 은 어디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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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앙보르
산개구리는 기꺼이 비굴해지기로 했지요
죽순처럼 솟구치는 울음에
대숲은 해변가 자갈을 굴리며 기별합니다
그러니 산개구리는 환장할 밖에요
몰려갔다 밀려왔다 어수선에
선산 조상님들 허허 일어나시더니
화투짝 돌리는 소리 우후죽순이네요
디지탈카메라를 죽이고
귀를 살리니까 원 세상에나
산벚꽃 서캐 터는 소리
앵도나무 물 오르는 소리
산초나무 추어탕 부르는 소리
사철나무 꽃봉오리 터지는 소리
돌배꽃 베베 몸 비트는 소리
뱀딸기밭 꽃뱀 기어나오는 소리
유채꽃 새악시 손목 끄는 소리
청보리 바람이랑 입맞추는 소리
장끼 금실 물고 튀는 소리
무덤 속 아버님 지포 라이터 불 당기는 소리
얘야 어서오너라, 재촉 전화에서는
어머님 쑥개떡 요리조리 뭉개는 소리
아랫목에는 소리에 절래절래 속 끓이는 감주가 있지요
산개구리와 대숲이 엇박자로 가다가
막간 숨을 멈추는 정적이 쉬잇
찰라의 고요에 상경은 조금 늦추기로 했답니다
저음으로 솟구치는 그리움
개구리 울음으로 절절한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선산 조상님들 허허 일어나시더니
화투짝 돌리는 소리 우후죽순이네요///
대단하십니다
마치, 소리의 마술사 같군요
개구리 소리
절절한...
감사합니다
안희선님의 댓글

聯으로 이어지는 통각의 가락을 속살로 지닌,
詩語가 (지나칠 정도로) 잘 다듬어졌단 느낌 - 물론, 저 개인적 느낌
아프다고 해서, 다 같은 통각은 아니군요
언제나 나 자신만의 아픔을 중시했던 게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잘 감상하고 갑니다
* 아픔의 覺點을 말하는 시를 읽다 보니
제 졸시 한 편도 떠올라 옮겨봅니다
통증(痛症)
몸속
깊이 찍히는,
선명한
붉은 도장
이윽고
놀란 눈(眼)은 나를 바라보고,
전신에 고요히 퍼지는
날인(捺印)된 아픔
평온을 날치기한, 그것은
유효기간도 없다
시앙보르님의 댓글

어머니 뵈러간 김에 선산에 들렀다 왔습니다.
전에는 사진 찍기 바빴는데 이참에는 사진 대신
귀를 열고보니 전혀 다른 세상이 열리더군요. ^^
뻔한 감상조에 평범합니다만 그냥 올렸습니다.
뭘 억지로 담거나 비틀면 아무래도 추해지겠지요.
경지에 오르신 분들은 몸의 한구석은 반드시 '탈난다'란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늘 부지런하시고 시마을 빛내시는
'김태운 시인님'과 '안희선 시인님'도 그런 고통이 있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만,
그저 건강하시기를 비옵니다. ^^
두무지님의 댓글

역동하는 새봄에 자연의 소리를 듣습니다.
산 개구리 우는데,
대숲은 해변에 파도와 앙상블이군요.
저 먼세상에 조상님들!
그 옛날 그리움이 함께하는 봄 날이
오버랩 됩니다. 심혈을 기우려 쓰신 작품이라고
여겨 집니다.
존경의 박수를 보내면서,
더 많은 발전과 건필을 빕니다.
시앙보르님의 댓글

수목과 화초가 너무 많아서 절반 이상 걷어냈습니다.
걷어낼 적에 괴롭지요.
벌레들의 오케스트라도 압권인데요, 이건 능력 부족이라 고민을 더 하겠습니다.
쓰르라미가 운다고 그냥 '운다'는 시시하고, '쓰르르 쓰르르' 는 넘 촌스럽고요. ^^
시각은 청각으로, 청각은 시각이나 다른 걸루의 은유도 좀 더 공부하겠습니다.
졸시나마 적다보니 역시 제가 놓치고 살아온 '소리와 색, 울음' 등이 너무 많더군요.
레시피에 대해 치열한 수련 외에 지름길은 없을 듯 합니다.
오영록님의 댓글

저 소리를 들으시고 무사하신지요..
흠~~ 귀가 열리셨네요..
늘 좋은 귀와 눈으로 필하시니
감사합니다.~~
시앙보르님의 댓글

감사합니다.
오영록 시인님의 '조율' 당분간 함께 합니다. ^^
제 시작에 있어서 귀한 화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