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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父情)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핑크샤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708회 작성일 16-04-23 10:44

본문

부정(父情)


아버지를 강에 띄워 드리고 돌아온 날

나는 감히 세상에 맞설 힘을 잃어버렸다


그날 밤

슬픔의 배 위에서 잠이 들었는데

“아이야!, 문 열어라 ”

외쳐대시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며칠이 지난날 밤

절망의 배 위에서 잠이 들었는데

“ 아이야!, 문 열어라 ”

외쳐대시는 아버지 목소리에 눈을 떴다.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난날 밤

고독의 배 위에서 잠이 들었는데

“아이야!, 문 열어라 ”

외쳐대시는 아버지 목소리에 눈을 떴다.


세파에 무너질 때면 난,

마음의 문을 꼭꼭 걸어 잠그는데

그때마다

아버지는 밤이슬을 흠뻑 맞으시며

문밖에서 쉰 목소리로 외치는 것이었다.


그렇게

아버지가 다녀가신 다음 날이면

마치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나는,

세상에 대한 열정으로 문 밖을 나섰다


아마도

아버지는 나약한 자식이 걱정되셨던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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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 시를 읽으니, 95년에 작고하신 제 아버지 생각도..

살아 생전에 저에게 주셨던, 수 많은 걱정과 근심어린 말씀들

그때는 왜 불필요한 간섭으로만 느꼈던지

이제, 인생의 노을턱에서 머리에 흰 서리 이고
아버지에 대한 감당못할 불효함을
뼈저린 후회로 돌아 보고 있네요

지금이라도, 뒤늦게라도, 드리고픈 말

아버지, 그립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 새삼, 다시 느끼는 건..
시가 꼭이 난해하고 복잡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는 거

오히려, 평범한 시어가 지니는 이미지의 강렬함과 함축에서 받는 감명이 더 깊습니다

핑크샤워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핑크샤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봄이 오니 오래전 작고하신 아버지 생각이 나서 붓가는데로 써본 글이랍니다..의미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한쪽눈도 잘 안보이신다니 오히려 제가 걱정이 큽니다..제발 쫌 건강에 신경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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