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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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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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앙보르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아니라 바가지가 시키는 거였어
속이 새카맣게 타면서까지 좌판을 버틴 네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해
까마귀 노는데 백로야 가지마라
벚꽃에 종일 서성여도 그저 환하기만 하더라
검은돈 받아 여기저기 뿌렸더니 다들 까매졌어
진심으로 경의를 표해
원숭이 똥구멍은 빨강
아니라고 철창 속에서 몸부림을 쳤지
떼로 몰려가 키득거려서 면목이 없단다
우린 들킬까봐 밑을 가리고 다니거든
진심으로 경의를 표해
개꼬리 삼 년 묵어도 황모 못 된다 씹어댔지
80년을 살아도 인간이 될 자신이 없구나
시치미를 떼고 반갑게 꼬리를 흔들던 네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해
고래등 싸움에 새우 너, 등 터지는 거 걱정하지 않더라
고래등 기와집 다투는 통에 초가집 무너지는 건 많이 봤어
이하, 생략하면 안될까
게들아, 똑바로 걷지 못한다 흉을 봤지
우리 주구장창 똑바로 걷다가 차에 억수로 깔렸다
이하 생략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 헐뜯었지
우린 한때 올챙이였다는 것조차 몰랐어
넘어가자
아들아, 딸아, 미안하다
우는 애 떡 하나 더준다고 애기 잡을 뻔 했지
울면서 떡, 차마 넘어가지 않더라
넘어갈께
하루살이, 허무하다고 무시했지
유충까지 치면 인간 나이 90세를 사니까,
어이구 어르신, 요즘 것들이 이래요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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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ㅎㅎ,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시사하는 바
저도 이하 생략!
감사합니다
시앙보르님의 댓글

쓸쓸하고 처연한 시를 읽거나 끼적이다 보면 멜랑꼴리 해져서
가볍게 웃으려고 적었습니다.
가끔 가볍게 빵 터져서리, 쓸쓸한 즐거움, 이런 거지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