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국을 마시는 꼬챙이에게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섭국을 마시는 꼬챙이에게
섭국 한그릇을 후루룩 마시며
까만 꼬챙이가 나를 바라보았다
맛있다는 듯 날 보며 고개도 끄덕인다
가는 꼬챙이 하나가 그릇을 받치고
더 가는 꼬챙이 하나가 휘휘
허공을 저으며 섭국을 마신다
가는 손목 여기저기에는
세상 끝에서 가져온 자욱들이
문신처럼 단단하게 박혀 있었다
기울어졌던 섭국이 수평으로 천천히 돌아오며
하얀 알갱이 몇 개를 내게 건넸다
고시레 고시레
나를 위해 세상 밖으로 달려 나갔던
그 많던 간절함들이 후두둑
쏟아지는 소나기 같이
한 순간 내게로 쏟아져 내렸다
나는 이 모든 풍경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끼때를 건너갔다
어느새 나도 이런 고운 풍경들을
살랑살랑 말갛게 씻어 먹는
귀밑머리가 하얀 아이가 되었다.
댓글목록
잡초인님의 댓글

섭국(자연산홍합?)으로 펼쳐지는
인생을 맛나게 펼치신 '섭국을 마시는 꼬챙이에게'
한번 먹어봐야 할것 같습니다
펼쳐놓으신 섭국 잘 먹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박성우님의 댓글의 댓글

뭐든 맛있게 드시는걸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불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