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2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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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날..
하늘에도 땅에도 꽃으로 가득하던
4월의 그날.
피지도 못한 꽃망울들이
악의 추에 꽁꽁 묶힌 채 잠겨가던 날
팽목의 바다는 차가운 가슴이었다.
그로부터 2년,
진실은 더 깊은 곳으로 가라 앉았고
안타까운 세월은
무책임의 시간대로 악을 태워 가고 있다.
많은 울음이 있었고
하늘을 찌르는 분노가 있었다
하지만 그 뿐.
어떠한 반성도 어떠한 사죄도 없이
오만과 냉소의 길로 다시 가고 있다.
진실을 가린 자들과
힘있는 자들의 갑질과
얼음장같이 차가운 매몰찬 권력을 향한
숱한 심판이 있었지만
단지 어리석은 백성들의 밥그릇이 덜 채워진
탓으로 치부될 뿐 인간다운 성찰은 없었다.
더 좋은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더 좋은 옷으로 몸을 감싸게 해준다면
그 날의 일을 잊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몰염치한 짐승의 심장들.
너희들이 떠난 후 그 숱한 날들
순간 순간 너희들의 모습이 떠올랐지만
그 날 이후 아무 것도 바뀐 것이 없기에
너희들의 웃음 뛴 얼굴은 그리지 못했다.
꽃이 진다.
화려한 날들이 있은 후
천지에 휘날리며 피날레를 장식하는 꽃도
저리 아쉬운데
채 피지도 못하고 진 너희들임에랴.
그 날의 악몽이 아니었다면 이제는 다 자라
어엿한 청년이 되었을 너희들을
꿈에서나마 떠올려 본다.
용서하지 마라.
단지 조금 더 배고파지고
단지 조금 더 삭막해진 세상에 산다는 이유로
너희들의 마지막 고통은 떠올리지도 못 한채
하루하루를 힘들다 살아 온 우리를,
그 많은 날들
왜 너희들이 희생되었어야 했는지
왜 꼭 너희들이어야 했는지
한가지 진실도 밝히지 못한 우리를.
하지만
아무리 많은 세월이
아무런 일 없이 흘러도
아무리 깊이 파묻어도
진실은 썩지 않아
기어코 밝혀지고야 말 일.
아! 슬프다
한 맺힌 눈을 감지 못하고
아직도 그 곳에서 떠나지 못할 너희들.
하지만 이제,
진실에 관한 일
정의에 관한 일
모든 뒷일은 남은 자들의 몫이니
세상의 모진 기억들은 모두 다 잊고
아픔 없는 곳에서
미소지은 얼굴로
편히 잠들기를..
그리고 우리는 기억할 것이다.
너희들은
잊어야할 우리들의 아팠던 상처의 흔적이 아니라
우리들 가슴속에서 영원히 기억될
아름다운 꽃봉우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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