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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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하늘 별처럼 그리운 마음.
붉디 붉은 고창 땅 정겨운 시골 마을 꽃다운 나이
변두리 어촌 시집와 술을 벗삼아 지내셨다는 한량 할아버지 일찍이 떠나 보내고
장사하는 부모님 대신으로 두런두런 어린 손녀손자 넷 꼭 품어 주셨던 분.
적막한 한겨울 시골 밤 아랫목 고구마에 구수한 옛날 얘기 들려 주시며
우리 종손 우리 종손 끔찍이도 날 아끼셨던 할머니.
아버지 사업 망해 고향 등지고 서울 나와선
시골마을 월곡댁 친구분들이랑 오순도순 광주리 엮고 밭일이며 마실 가시곤 하던
할머니는 도시 속 외로운 섬 말라가던 오아시스였다네.
집 앞마당 웅크려 앉아 담배 한 모금 태우시던 할머니 속마음을
거동 불편한 몸 자식들 짐 안 되려 어느 날엔가 파란 락스 들이키시고
응급실에 장작개비 몸 뉘이실 때까지도
못된 종손 손자놈 알지 못했지.
돌아가시기 얼마 전 할머니 살아오신 그 세월을
나는 당신 눈 속 별처럼 반짝이던 눈물 속에서 보았지요.
병상 누우셔서도 손자 걱정 끊이지 않으시던 마음은
이젠 할머니 떠올릴 적마다 하늘 저편 은하수로
내 맘속 항시 반짝이는 별빛으로 남아
지금도 저기 어딘가에서 보이진 않아도 항상 내 곁을 지켜주시며
내려다보고 부족한 나를 늘 응원해 주고 계시리라.
오늘 문득 그런 할머니가 그립고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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