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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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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초보운전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758회 작성일 16-04-13 22:11

본문

기러기아빠

 

밥솥을 열었더니 밥이 없다

있을 것이라고 했던 것이 없다

아내도 하나뿐인 아들도 보이지 않는다

제 자리에 있어야 할 것은

빈 밥솥 같은 흔적만 남아있다

말라붙어 딱딱해진 밥알처럼 하루의 일과는 말라가고

홀로인 방에서 부엌으로 왔다가 방으로 다시 돌아가고

변할 것 같지 않은 현실

기러기통신에 날개를 잠시 펴본다

쌀이 씻을 때 뽀얀 눈물이 씻긴다

쌀알 몇톨 반항을 하듯 튕겨나가고

그 반항은 배고픈 스팩을 향해 날아간다

밥을 퍼서 한 숟가락 뜰 때

빈 숟가락에는 식구들이 소롯이 앉아 있는데

위에서는 식도염 기러기가 날아오른다

꾸역꾸역 모여드는 밤의 적막은

깊은 무게와 깊은 갈등의 색깔로 날개를 쓰다 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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