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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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의자
정민기
누군가 앉기를 기다리지만
이제 그럴 힘조차 없다
몇십 년을 그렇게
자리를 내어주어도
따뜻한 한마디 건네오는
사람 없었다고 투덜거리지
않는다 대신 딱 하루만이라도 더
자리를 내어주고 싶다고
낙숫물 같은 아쉬움을
한 대야나 받아놓고 앉아
곰방대를 입에 물더니
잠시 먼 산을 바라본다
몇십 년 동안 소아마비 아들을 업고
바람이 부는 날에도 눈이
내리는 날에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던,
온몸은
비에 다 젖어
머리에 눈을 뒤집어쓴
아흔의 노인
쌓아놓은 돌담처럼
마당 한구석에 앉아
묵묵히 견뎌온
세월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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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어려운 시기에 묵묵이 견디며
자식하나 잘되기를 기다렸을 텅 빈 의자 같은 마음,
이제 빈 의자로 주인을 조차 잃고 버려져 있네요
삶의 허무를 느꼈을 노년의 마음을 저 자신 돌아보듯
시간을 갖습니다
평안을 빕니다.
책벌레09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시고,
문운과 건강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