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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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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책벌레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867회 작성일 17-07-08 19:32

본문


  낡은 의자


  정민기



  누군가 앉기를 기다리지만
  이제 그럴 힘조차 없다
  몇십 년을 그렇게
  자리를 내어주어도
  따뜻한 한마디 건네오는
  사람 없었다고 투덜거리지
  않는다 대신 딱 하루만이라도 더
  자리를 내어주고 싶다고
  낙숫물 같은 아쉬움을
  한 대야나 받아놓고 앉아
  곰방대를 입에 물더니
  잠시 먼 산을 바라본다
  몇십 년 동안 소아마비 아들을 업고
  바람이 부는 날에도 눈이
  내리는 날에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던,
  온몸은
  비에 다 젖어
  머리에 눈을 뒤집어쓴
  아흔의 노인

  쌓아놓은 돌담처럼
  마당 한구석에 앉아
  묵묵히 견뎌온
  세월을 기억한다
추천0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profile_image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려운 시기에 묵묵이 견디며
자식하나 잘되기를 기다렸을 텅 빈 의자 같은 마음,
이제 빈 의자로 주인을 조차 잃고 버려져 있네요

삶의 허무를 느꼈을 노년의 마음을 저 자신 돌아보듯
시간을 갖습니다
평안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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