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벤트 1) 나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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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
일진을 점친다
새우 잡이 배를 띄워야 할지 담장 휘감은 날씨바라기를 본다
고구마 꽃 피면 가뭄 들고 맨드라미 노란 물들면 홍수가 난다 했다
여덟 가지 비밀을 가진 팔색조,
주술사처럼 자주빛이나 붉은 직관을 물들인다
바람의 속도를 잰다는 나팔꽃,
무논을 평정하던 개구리 장마를 예고하고 갈가마귀 먹구름 움켜쥔 날
그 꽃 귀먹고 눈물 흘린다
그날, 뱃전을 짐승처럼 할퀴던 폭풍은 열두 명 사내를 삼켰다
파도가 삼단 같은 머리 풀어 젖히면 바다의 붉은 심장으로 들어가라던
아버지 말씀 귓전을 때린다
한 날 한 시 제삿날이 된 포구 굴뚝엔 매운 연기 하늘로 오른다
무딘 칼로 허무의 비늘을 벗겨 내는 우물가 홀로 늙은 아낙들
사람이 심오한 자연의 이치를 어찌 알까, 눈믈인지 빗물인지
슬픔을 내보이듯 제를 올리기 위한 생선의 내장을 모조리 들어내고 있다
총총한 별빛 풀꽃 향기 뜨는 포구
스러져 가는 토담엔 나팔꽃이 삼십 년째, 홀로
바람의 공명을 탐지 한다
댓글목록
책벌레09님의 댓글

묘사의 힘이 느껴집니다.
표현의 깊이가 깊으며,
그 세밀한 언어는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것입니다.
좋은 시, 잘 감상했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고,
문운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김선근님의 댓글의 댓글

반갑습니다 정민기 시인님
좋게 보아주시어 감사드립니다
장마다 폭염이다 힘든 여름 잘 지내기 바랍니다
오드아이1님의 댓글

나팔꽃
김선근
일진을 점친다
새우 잡이 배를 띄워야 할지 담장 휘감은 날씨바라기를 본다
고구마 꽃 피면 가뭄 들고 맨드라미 노란 물들면 홍수가 난다 했다
여덟 가지 비밀을 가진 팔색조
주술사처럼 자줏빛이나 붉은 직관을 물들인다
바람의 속도를 잰다는 나팔꽃
무논을 평정하던 개구리 장마를 예고하고 월명산 까마귀 먹구름 움켜쥔 날
그 꽃 귀먹고 눈물 흘린다
그날 뱃전을 짐승처럼 할퀴던 폭풍은 열두 명 사내를 삼켰다
파도가 삼단 같은 머리 풀어 젖히면 바다 붉은 심장으로 들어가라던
아버지 말씀 귓전을 때린다
한 날 한시 제삿날이 된 하제 포구 굴뚝엔 매운 연기 하늘로 오른다
무딘 칼로 허무의 비늘을 벗겨내는 우물가 늙은 아낙들
사람이 심오한 자연의 이치를 어찌 알까, 눈물인지 빗물인지 슬픔을
내보이듯 제를 올리기 위한 생선의 내장을 모조리 들어내고 있다
총총한 별빛 풀꽃 향기 뜨는 포구
스러져가는 토담엔 나팔꽃이 삼십년 째, 홀로
바람의 공명을 탐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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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근, 시인
1957년 전북 군산 출생, 2006년《문학공간》등단, 시마을운영위원회 제1기 회장, 시마을동인
*****
이렇게 읽으니 더 선명해지는 것 같아서요..ㅎ
김선근님의 댓글

아이쿠 오드아이님 처음 뵙겠습니다
님께서 행갈이를 한 글을 보며 예전에 어디에 공모하려 보관했던
봉투를 열어보니 똑 같은 것을 보며 놀랐습니다
어찌 보면 잘 아시는 분 같기도 합니다만 ,,,ㅎ
암튼 고맙습니다
예전에 한번 올렸던 시인데 ,,그 뒤 퇴고에 퇴고를 거듭 했었지요
퇴고한 시를 다시 올려봅니다
시를 올릴 때는 보다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오드아이님 거듭 감사드립니다
최현덕님의 댓글

고문님의 나팔꽃은 주술사 처럼 바람의 공명을 탐지 하는군요.
기상 시스템이 낙후된 시절에는 자연의 조화가 큰 가르침 이었지요.
그 또한 자연은 알파고 못지 않은 오차가 없구요.
장마에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건안 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시마을에 대들보 역할 하시는 고문님께 늘 감사 인사드립니다.
김선근님의 댓글의 댓글

네 그렇습니다 예전 뱃사람들은 바람의 흐름이나
미세한 자연 현상의 변화에 따라 그날의 기상을 관측 했었지요
창방에 등불을 끄지 않고 환하게 밝히시는 최현덕 시인님
시인은 시를 써야 시인인데 요즘 엉거주춤하고 있습니다
극심한 가뭄 속에 장마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요
더욱 정진하시어 문운이 빛나소서
김태운.님의 댓글

슬픔을 내보이듯 제를 올리기 위한 생선의 내장을 모조리 들어내고 있다 ///
그 속이 바람의 공명이겠습니다
비릿한 슬픔들...
갑장님 특유의 꽃향기
감사합니다
김선근님의 댓글의 댓글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어제 작가시회 총회가 있었는데 라모 작가님께서 울 갑장님
말씀을 해 참 좋았습니다
요즘은 어찌 지내시는지 ,,,,,
한 날 한 시 12명의 제삿날이 되어버린 포구
굴뚝엔 매운 연기 피어오르고 비릿한 생선 냄새가
진동 했습니다
항상 파이팅 하시고요
쇄사님의 댓글

'내장을 모조리 들어내고
바람의 공명을 탐지'하는 늙은
나팔 귀를 봅니다. 바다의 소식은 죄
거기에 깃들 것 같습니다.
계시지요, 잘
잡는다 잡는다는 날
빨리 잡아야겠습니다.
김선근님의 댓글의 댓글

아쿠,, 무의대사님이시닷!!
퇴고에 퇴고의 박사님
태풍이 불면 더 깊은 바다 속으로 들어가라는 아버지의 말씀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피할 것이 아니라 폭풍우에 정면 도전하라는 ,,,,,
성시인님 건강은 어떠신지,,,,
네 조만간 한번 뭉쳐야지요
기다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