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11] 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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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화(香火) / 안희선
천년(千年)을 넘어,
기약없는 세월은 하염없이 흘러가고
그대도 흘러가고 나도 흘러가는데,
오직, 영혼의 모진 번뇌(煩惱)만은
그리움에 못 박혀 흘러 가지 않습니다
차라리, 그대의 무심(無心)함을 믿고 싶어집니다
그대가 나에게 돌아와도,
나는 그대를 모르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힘에 부치는 이승의 사랑도 이제 그만,
내려 놓고 싶습니다
항상, 그렇게
그대가 없는 것도 싫습니다
생각하면,
그대의 사랑이 나와 함께 있었을 때만
나는 기쁘게 살아 있었습니다
이제는 살아도 죽은 사람답게,
고요한 향화(香火) 속에
깊은 망각(忘却)이나 되렵니다
그리하면, 가슴에 고였던 오랜 눈물도
제 풀에 지쳐 흐르겠지요
그러다 언젠가는, 그 눈물마저 마르겠지요
다시, 만난다 해도 그대가 누군지 모르겠지요
그대가 나를 포옹하면, 한 줌의 재가 되어
하얗게 스러지겠지요
戀歌
댓글목록
시앙보르님의 댓글

'향화'의 낯섬이 먼 이국을 떠올리게 합니다.
관광객이 아니라, 지친 발길로 떠돌았을 저 포탈라궁 혹은 예루살렘.
'생화'에 매혹 당하겠지만 결국 '향화'로 남겠지요. ~~~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시앙보르 시인님의 질타에 할 말이 없어지네요
마자요~
" 관광객이 아니라, 지친 발길로 떠돌았을 저 포탈라궁 혹은 예루살렘." 이어야 할 것을
- 명색이 시인이라면, 人生관광따위나 하며 시간 죽이는 일은 없기
하여, 이런 부질없는 그리움 타령도 하나 봅니다
너그러운 걸음으로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