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人의 깃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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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詩人의 깃털
가문의 역사를 위해
제후諸侯 가 문방사우를 싹쓸이한 탓으로
시인은 면벽시작 面壁詩作 에 들어갔다
탕약 한 첩 다려주지 못해
깃털촉으로 손등을 찍었다
아내와 아이가 죽은 후
바랐던 건 글 몇 줄 버텨줄 깃털촉 하나
새털로 날리는 누렇게 뜬 얼굴 두울
장터에서 송판과 돌판마저 사라져서
손가락을 깨물어 죄다 마를 때까지 이름을 불렀다
이윽고 마른 나뭇가지가 되자
팔푼이 나뭇꾼이 지게에 올리고
제후의 아궁이에 불쏘시개로 던졌다
심장을 쑤셔대는 깃털촉에 이끌려
시인의 오두막을 찾은 제후는 오래 울었다
쓰러진 벽을 머리에 이고 돌아가
솟을대문 금칠한 내벽 걷어내고 대신 들어앉혔다
사람들은 대문을 들락거릴 적마다 잠시 걸음을 멈췄다
까닭없이 콕콕 쑤셔대는 제 가슴을 부여안고
새처럼 구슬프게 목을 빼었다
귀가해서 장옷이나 두루마기를 벽에 걸 때
조용히 날리는 깃털 하나를 눈여겨본 이 없었다
벽만이 늘어진 귀를 기울이고
조각난 제 가슴살을
달이 여위는 시간을 따라 조용히 씹었다
댓글목록
현상학님의 댓글

1/3 지점까지 왔네요. 그럼 2/3 지점은 무얼까요? 그것은 빡빡한 진술이 아니라 공간을 남겨서 독자가 느끼게 하는 것인데요. 3/3은 없습니다. 60%의 힘으로 밀고 나가되 독자가 숨 막히지 않도록 하는 그런 시적 기술...너무 어려워서 저도 감히 못하고 있습니다만...그래도 그걸 넘어서야 진정 시인이 된다고 들었습니다. 쬬 아래 해뜬이의 시들이 대부분 그렇습니다.
시앙보르님의 댓글

과찬이라서 부담 되옵니다. ^^
국내외를 막론하고 문학인들이 어렵고 힘들게 산다고 해서,
며칠 전, 대한 깃털이 떠나지 않아서 적었습니다.
스타일이 논술형이라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칩니다.
회사에서 통용되는 페이퍼들을 쓰다가 시나 소설을 끼적이려면 아주 애를 먹지요.
어느 때는 뻔한 단어 하나가 의미가 사라져서 멍해집니다만, 격려처럼 밀고나가는 수 밖에요.
안희선님의 댓글

시를 읽으며..
시는 결국, 기술이 아니라 기술이란 생각
- 이래서, 한자병기가 필요한 것 技術 , 記述
각설하고
저는 다만, 임보 林步 시인의 한 말씀을
감상을 代하여 옮겨봅니다
" 시 속에 담긴 시인의 '혼'은 바로 '시정신'인데 이는 사물에 대한 시인의 '성(誠)'이며
'도덕률(道德律)'이 바탕이 된다
시인은 세계에 대한 개성적 도덕률을 지닌 者다
그래서 시인은 장인(匠人)이 아닌 도인(道人)이다
영원히 죽지 않을 영혼의 시를 원하는 자는 우선 '시인'이 될 일이다
시는 곧 그 '시인'이 낳은 영혼의 노래다
- 林步 [ '혼'을 실은 가락]에서
시앙보르님의 댓글

임보, 화두를 기억하며 한 땀 한 땀 쓰겠습니다.
어젯밤, 개꿈 한토막을 꾸었습니다만 워낙 영양가가 없어서리~~
' 시인의 죽은 아이가 꿈에 보였지요. 8살 9살 정도 까무잡잡 계집애. 물론 처음 보는 아이.
다행히 웃어주어서 안도했습니다. 골똘하다보니 그랬겠지요.' ㅋㅋ ' (시마을 알고부터 제 머리에 이상이? )
김태운.님의 댓글

ㅎㅎ, 전설 같은 이야기다 싶어 나름 재밌게 읽었습니다
정성들인만큼이나 역시 시처럼 읽기엔 조금 부담스러웠을까요
혹시 시인의 깃털이 지나치게 세세한 것 같기도 하고, ㅎㅎ
아무튼 멋진 행간입니다
감사합니다
시앙보르님의 댓글

감사합니다. ^^
깃털촉을 펜으로 쓰던 이들의 최대 로망은 보석도 아니고 '볼펜' 이라고 합니다.
시상을 바로 기록할 수 없어, 곰씹고 곰씹어 그 결과 명시가 탄생하지 않았나 나름 상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