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사랑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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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미키, 사랑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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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앙보르
강아지풀을 매단 타조알 같았어
봄이 안겨준 최고의 선물이었지
방에서 같이 눕고 같이 일어났지
하늘색 목줄이 잘 어울렸어
수북한 털에 비누거품
가끔 같이 목욕을 하고
골목을 돌고
전봇대에 슬쩍 볼일을 보기도 했어
왕방울 눈에 벚꽃이 담긴 날도 많았지
어느날부터 너는 신음 소리를 냈어
그저 성장통으로 여기며 무시했지
꼬리는 말을 잊고,
참치 스프마저 밀어내고,
점점 스러지는 갈잎이 되어갔지
애완견 센터에 가서야 알았어
네 목을 파고든 목줄
벚꽃 하나 살 속에 누워 있었지
회복되고나서 긴 끈이라면 슬슬 피했지
그래, 알을 묶지 말았어야 했어
인간적인 스트레스로 너를 묶었던 거야
저만치 벚꽃이 네 눈을 부르고 있어
차마 마주치기 곤혹스러운
댓글목록
시앙보르님의 댓글

- 꽤 오래된 사연입니다. 미키라는 녀석 목줄을 바꾸다가 가느다란 실끈 하나를 놓쳤다는 험한 죄 !!
털복숭이라 아무도 몰랐지요. 병원에서 가까스레 살아났습니다.
그때 일을 떠올리면 지금도 심장이 떨립니다.
너무 늦었지만, 조금은 후련해집니다. 시의 힘이겠지요.
아니 인간을 이해해 준 녀석의 힘도 있겠군요. ^^
안희선님의 댓글

울 좋은이 (Johnny)가 하늘나라에 간지도
어언, 5년이 지났네요
시를 읽으니, 문득 아들 생각이 나서..
시앙보르님의 댓글

아들이라고요 ㅇ.ㅇ
하늘 주소 얼른 일러주세요. 미키는 딸입니다만. ^^
아이구 그때, 아찔 아찔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