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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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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03회 작성일 16-04-03 05:46

본문

개나리꽃

 

이영균

 

 

아이에게는 바람이 있었다

기억 저편 무언가를 줄기차게

갈구하는 작은 손짓

호된 비바람 속에서도 쉼 없었다

 

집요한 기다림은 오후의 햇살 그것이다

담과 잘 어울리도록 가지런히 삭발한

단정하고 정직해 보이는 아이

지난가을 끝자락에 겨울 낼 채비를 한 건데

내심 마음껏 날아오를 세상을 빼앗겨버려

자유를 도륙당한 에티오피아 난민촌

아이라 여겼었다

 

기다림, 단순한 듯 참으로 난해하다

속박당한 아이가 시름시름 앓아눕듯

가뭄 탓에 전지한 가지 끝이 타들어 가 말라죽은 것인데

아이는 비바람에 새 살 돋아나기를 기다린다

무어라 말해야 하나

몰라서 의젓한 건지

기다림, 봄날 햇살처럼 집요한 아이

 

날이 개자 돌연 이해심을 보인다

한 대씩 마른 가지에 물을 끌어올려

새 살 돋우는 의지를 보인다

가지를 매만지던 손끝에 촉감이 온다

다믓다믓 작고 앙증맞은 손

오랜 바람이기에 흡족하다

 

집요 끝에 바람이 떠지고 있다

가슴 깊숙이 밀려드는 감동

노랗게 만져지는 아이의 체온

하마터면 더없이 삭막해서 못 견딜 봄이었으리

기다림 그 끝에서 웃는 아이

 

집요 끝에 피고 있다

보이지 않는 바람을 알고 기다렸기에

봄 햇살에 흐드러진 개나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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