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耳 의 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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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귀耳 의 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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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앙보르
열린 창문으로 발을 내밀고 있어요
3층이 무섭지 않아요
문이 잠기고 발소리가 점점 멀어지다 사라졌죠
건반 아래 숨은 음표가 되기로 작정했어요
건반이 창문으로 넘어오면
나는 침대 아래서 귀로 노래를 불렀죠
이제 건반을 찾아나설 거예요
건반은 틈을 사랑해서 그리로 현을 밀어넣지요
망가진 틈이 조금 모자라지만 저는 이해하죠
가스관은 창문 옆에서 바닥까지 현으로 이어졌어요
사다리차에 올라탄 아저씨가 비누칠을 할 때
그 현은 이제 새털구름이 되었죠
건반이 박자를 늦추다 숨을 멈췄어요
건반은 위 아래만 볼 수 있어서
박수와 환호성은 관심 밖이에요
연주자가 뚜껑을 내리고 떠나면
건반은 제 맨발을 위해 연주를 하죠
버림받은 자의 슬픔은 말하지 않아요
다음 생에서도 온 몸이 군데군데 멍이 들 것,
분명 꽹과리나 북이 되겠지요
기꺼이 망가질 때 음악이 나오는 거겠죠
새털구름이 이렇게 따뜻할 줄 몰랐어요
손발이 터졌지만 귀만 있으면 돼요
틈에서 벽돌 선을 따라 구름이 흘러내려요
이제 발끝이 땅에 마악 닿았어요
그러니 누구도 미워하지 않을래요
연주를 마친 건반은 아무도 뒤돌아보지 않아요
저도 뒤돌아보지 않을래요
이제 만나러 가야죠
댓글목록
맛살이님의 댓글

저는 2층 보다 높은 곳엔 살지 않아 모르겠지만
번지점프 생각만해도 현기증을 느끼는 겁보네요
건반에서 울린 소리 여기서도 들리는 것 같아
귀가 간지럽습니다.
잘 머무르다 갑니다
시앙보르님의 댓글의 댓글

현기증, 저도 그렇습니다.
적을 때도 그렇지만, 몇 시간 지나고보면 느낌이 달라져서 고민입니다.
수련 탓이겠지요.
편한 한주간 되세요. ^^
현상학님의 댓글

곧 일 내겠군요.
시앙보르님의 댓글의 댓글

지나친 기대에 과찬이십니다. 앞 전 리플처럼요.
꽤 고민을 했습니다. 감춘다고 노력을 했지만 개인과 관련된 사회적인 이슈를 이런 식으로
끼적여도 될까, 하는~~~
시마을 가입 후 단어에 휘달린 탓에, 선잠 속에서도 단어가 제멋대로 돌아다녀 애를 먹습니다.
아무래도 담배는 끊어야지 싶은데 글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