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리의 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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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이면 국경이 남방큰돌고래 꼬리지느러미처럼 얼씬거리는 최남단 해안이다
이 땅은 사시사철 그 철두에서 철미까지 몽땅 품은 막강 수호신이다
한라의 영봉을 대신하는 산방山房이 거대한 미사일의 탄두처럼 웅장한 총상銃狀으로
떡 버티고 있다. 암벽을 철벽으로 지키고 있는 여신의 눈물은 결코 멈출 수 없는 목탁
소리, 천년 굴사窟寺의 염불로 귀청을 두드린다
180만여 년 전 승천하다 문득 꼬리 잘린 용의 아가리 여태 바다를 물어뜯고 있고
어머니 품을 찾아 바다로 뛰어든 형제의 전설을 절절하게 헤아리고 있고
해변의 검은 질*로 시커먼 피 철철 뿌리며 통곡하듯 애태우고 있고
반면, 확 트인 시야로 당신의 꼬리 같은 마라도를 머금었다
철썩철썩 하얀 포말로 한껏 으름장을 터뜨리며
불철주야 국경을 수호하는 애국의 표정으로
봄이 오면 너른 기스락으로 송홧가루 혼백처럼 뿌옇게 흩날리고
여름이면 신이 난 수병들마냥 잘잘한 자리돔들 군무를 춘다
가을이면 우렁찬 방어들 무적의 장수인 양 펄쩍펄쩍 날뛰고
겨울의 안위를 염려하는 드센 물살의 풍경 도도하다
돌산에서부터 모래알까지 모다들엉* 협연하는
사철 푸른 사계沙溪의 비발디여
표류한 이방인의 역사를 꼬옥 품고
만방에 세계평화를 표방하는
거창한 이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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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질: 사계리의 옛 지명. '검은 길'의 뜻
* 모다들엉: 제주어, '모여들어서'의 뜻
댓글목록
시앙보르님의 댓글

장대하면서도 한편으론 부드러워서 신선합니다.
제주라 하셨지요.
아름다운 제주 방언들 많이 살려주세요.
활용하고 싶은데 방언은 토박이가 아니면 더 어색해서 망설이고 있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김태운.님의 댓글

제주를 아껴주시는 마음 너무 고맙습니다
사실 제줏말을 쓰고 싶어도 일일이 주를 달아야하고 얼른 이해를 드리기가 부족하여 무지 부담스럽더군요
간혹, 한 두 마디씩 섞어가며 PR겸 쓰고 있습니다만...
관심에 부응하여 노력해보겟습니다
(ㅎㅎ, 슬쩍 끼워넣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영록님의 댓글

아름다운 저 사계리 가보구 싶군요..
펄떡이는 사계
제주을 봅네요
김태운.님의 댓글

아직 안 가보셨나요?
등짝에 웅장한 산방산이 버티고 있고 가슴팍엔 용머리가 바다를 삼킬 듯 들이내민 곳
멋진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