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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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의 속삭임/광나루
누워보았다
무엇인가 가볍게 찌르는 듯하다
그래도 폭삭한 느낌이 좋다
머지않아 영원히 뉘어야할
내 육신의 자리에 이불이 되고 싶어
부드러운 잔디의 손
내 손을 잡는다
밟으면 밟히면서
누르면 접히면서
모진 바람에도
차가운 눈보라 속에서도
서로의 발을 옭아매어
인연을 만들어
가슴마다 휘파람 받아 마시면서
야윈 누런 몸매가 되어도
싹의 기운을 놓지 않은
겨울은 결코
오는 봄을 막을 수 없기에
잔디의 눈은 반짝이고 있다
누울 때마다
들려오는 잔디의 속삭임
제발 똥은 밟지 말고 오세요
하늘이 파랗고
땅의 기운이 저토록 매서운데
불도 때지 않은 곳에서 연기가 웬일이며
창살은 주워 모아 무엇에 쓸 것인가
뿌린 씨앗이 있다면 내가 거두어야지
흐르는 물 어찌 막을 수 있으리
떠나가도 자국은 남는 것
역사는 무심치 않아
눈 감아도 빛은 다가오리니
잔디는 말한다
올 때는 손을 펴고 당당하게 오시라고
댓글목록
시앙보르님의 댓글

3연의 파격이 긴장을 파괴시키며 확 웃음을 줍니다. ^^;
잔디에 누워 잔디와 소근거리는 모습이 모든 도시인들의 로망 아닐런지요.
편히 쉬었다가 갑니다.